市, 프로그램 개발 9억 투입했지만... 6개월 시범운영 후 결국 사업 포기 수요 하락세·유지보수비 대거 발생, 경제청 교육·체험 공간 조성도 무산 일각선 “혈세 낭비… 사업 신중해야”
인천시가 추진한 각종 ‘확장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 사업들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확산세를 보이다 최근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인천시가 예산 등의 문제로 사업 자체를 폐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6월 메타버스 인천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 8억8천여만원을 들여 프로그램 개발을 했다. 이후 지난 2024년 상반기 6개월간 내부적으로 시범 운영을 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최근 사업을 포기, 현재 사업 전반을 중단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 유지보수 예산 3억원을 반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수억원을 들여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은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질 전망이다.
인천시의 이 같은 결정은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가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시민들의 이용률이 낮을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또 1년간 메타버스 플랫폼 유지보수 관리비가 6억여원에 이르면서 수년만 운영해도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사업 포기의 이유 중 하나다.
또 공무원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온라인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도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끝난 뒤부터 회의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대부분 대면 회의가 일상화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공공기관들도 이미 비슷한 이유로 메타버스 사업을 백지화했다.
이와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메타버스 교육·체험·전시시설 건립도 백지화됐다. 당초 인천경제청은 지난 2023년 5월 네이버클라우드㈜ 및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등과 160억원을 들여 인공지능(AI) 및 메타버스 교육공간과 체험·전시공간을 준비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공간 및 교육 운영비가 1년간 23억여원에 이르고 메타버스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교육사업 자체를 일몰 처리하고 있으며, NSIC와 다른 사업 추진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문세종 시의원(더불어민주당·계양4)은 “시가 단기적, 단편적으로 시류에 편승해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수억원의 시민 혈세만 낭비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는 면밀한 수요 예측 등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꼼꼼하게 걸러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이미 만들어 놓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아깝긴 하지만, 자칫 앞으로 들어야 할 예산이 더 많아 부득이하게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예산 낭비가 없도록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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