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목련, 봄을 그리다

커다란 창 너머

잔설 쌓인 잔디 밭에서

붓 하나 치켜 들고

성급하게 봄을 그린다

 

살갑게 다가온 봄 햇살에

얼었던 굳은 몸

두런두런 풀어내는 냇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먼 산 바라본다

여기저기 진달래꽃 무더기는

산골 아가씨 발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이다

 

어느 해 봄방학

서울에서 내려 온 이웃집 친척 오빠,

큰 키에 목련꽃처럼 하얀 얼굴

휘파람으로 ‘봄 처녀’를 멋들어지게 불면

가슴 콩닥거리던 이유를 모르던

볼 빨간 어린 소녀도 그려 넣고

 

새 눈 가느스름하게 뜬 채

꽃봉오리 벙싯 벌어지는 날 기다리며

먼 데서 아득하게 오고 있는

연두색 봄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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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이 시인

‘국보문학’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2024년 ‘시인마을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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