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서 패딩 한장으로 한파 견뎌 쪽방촌 주민 절반 ‘기초생활 수급자’ 전문가 “지자체 직접 나서 지원해야” 유정복 시장 “주거환경 개선 나설 것”
“아무리 추워도 보일러 값 아끼려 패딩만 입고 잡니다. 정말 얼어 죽을 것 같을 때나 전기장판 켜요.”
14일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 월미로 38번길 쪽방촌 골목에 자리잡은 13.2㎡(4평) 남짓한 좁은 단칸방. 방바닥은 차갑고, 낡은 벽틈 사이로 냉기가 새어 들어와 집 안에서도 패딩을 껴 입어야 할 정도로 춥다. 이 곳에 사는 이대종씨(96)는 올해도 보일러를 틀지 못하고, 그저 패딩으로 겨울철 한파를 견디고 있다.
이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다리를 다친 국가유공자다. 하지만 갑상선, 위, 심장, 혈압, 전립선 등 14번에 이르는 수술을 받으며 급격히 쇠약해져 최근엔 별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종일 쪽방에서 지낸다.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복지급여와 인천시의 지원금으로 매월 80여만을 손에 쥐지만, 최소한의 생활비 등을 제하면 거의 남는 것이 없어 보일러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이 씨는 “해마다 돌아오는 겨울이 두려울 만큼 집 안이 춥지만, 보일러는 사치”라며 “수도가 얼어붙을 만큼 추울 때만 보일러를 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절약해도 매월 8만~9만원의 가스요금을 감당해야 하기에 그냥 패딩과 전기판넬로 겨울이 지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쪽방촌 주민들이 올해도 여전히 보일러조차 맘 놓고 틀지 못한 채 추운 방안에서 떨며 겨울을 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의 쪽방은 모두 280가구로, 이곳에서 생활하는 쪽방 주민은 계양구 62명, 동구 219명, 중구 45명, 부평구 1명 등 총 327명이다. 쪽방이란 부엌,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2~4평(6.6~13.2㎡) 전후의 작은 방을 말한다.
특히 이들 쪽방촌 주민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175명(53.5%)에 이른다. 쪽방촌에 사는 주민 2명 중 1명은 생계, 주거 등의 지원 없이는 살기 힘든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난방비 걱정에 보일러 등 난방기기조차 편히 사용하지 못하는 처지다. 전기장판·전기판넬로만 겨울을 버티는 가구는 무려 100가구(35.7%)에 이르고, 나머지 대부분도 연탄, 등유난로 등으로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엄경아 ㈔인천내일을여는집 인천쪽방상담소장은 “쪽방에 사는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 어르신이 많고, 아프거나 해서 일도 못하는 등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며 “대부분 돈이 없어 추위에도 난방없이 지낸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나서 이들에 대한 주거 지원 뿐 아니라, 정서 및 의료 지원 등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일대 쪽방촌을 찾아 한파에 대비한 대응체계를 직접 확인하고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청취했다. 또 골목길 입구와 옥·내외 배선, 소화전 위치와 상태, 누전차단기, 배전함 파손 여부 등 화재 안전 점검도 했다.
유 시장은 “한파와 안전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쪽방촌 주민들이 갖는 생계적인 어려움뿐만이 아니라 이런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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