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여뀌꽃

축축한 동네다

민초들 소박하게 옹기 종기 모여 사는

잘난 사람도 못난 이도 없는 가난한 마을

한 해만 살고 떠나야 하는 아쉬운 운명을 안고

혼자일 때는 눈에 띄지도 않는 가냘픈 몸매

부드러운 바람 능숙한 지휘봉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흔드는 팔 따라서

분홍색 꽃 치마 일제히 갈아 입고

화사한 핑크 물결로 넘실넘실 넘쳐 흐른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내는 큰 목소리

섬뜩한 문구를 들고 마구 흐른다

사람은 모이면 폭탄이 될 때도 있다

숭고한 하얀 옷 던져 버리고

거리로 나온 성난 목소리

커다란 바위덩어리 되어

힘없고 아픈 사람들을 짓누른다

여뀌꽃처럼

모이면 더욱 아름다워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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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이 시인

‘국보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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