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 농가만 ‘토마토뿔나방’ 방제 지원… 뿔난 친환경 농가들

“어떻게 이럴수 있나” 비난의 목소리
 피해 지원 요청 묵살 결국 농사 포기
 모든 재배농가 대상 대책마련 촉구

외래 병해충인 ‘토마토뿔나방’ 피해를 입은 평택시 진위면 한 토마토 농장에서 주인이 난감해하고 있다. 사진은 (위부터 시계 방향) 감염으로 고사되고 있는 잎과 줄기, 하우스에서 채집된 토마토뿔나방들, 상품가치를 상실해 폐기 처분한 3t가량의 방울토마토. 김시범기자
외래 병해충인 ‘토마토뿔나방’ 피해를 입은 평택시 진위면 한 토마토 농장에서 주인이 난감해하고 있다. 사진은 (위부터 시계 방향) 감염으로 고사되고 있는 잎과 줄기, 하우스에서 채집된 토마토뿔나방들, 상품가치를 상실해 폐기 처분한 3t가량의 방울토마토. 김시범기자

 

앞으로 토마토뿔나방이 발견되지 않은 농가만 일본 수출이 가능해진(경기일보 9월4일자 8면) 가운데, 그동안 정부가 수출 농가에만 토마토뿔나방 방제 지원을 해온 것이 알려지면서 친환경 토마토 농가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5일 농촌진흥청,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달 29일 ‘한국산 토마토 생과실 등의 일본 수출검역요령’ 고시를 제정·공포했다. 이번 고시에 따라 토마토농가와 수출선과장은 검역본부에 현황을 등록하고, 해충 유입을 막기 위해 지름 1.6㎜ 이하의 망을 재배 시설 내 창문과 환기구 등에 설치해야 한다.

 

이어 식물검역관은 등록된 농가를 대상으로 토마토 수확 2개월 전부터 예찰 트랩을 이용한 조사를 실시, 토마토뿔나방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만 일본에 수출을 가능하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한국산 토마토 생과실 등의 일본 수출검역요령’ 고시를 알리면서, 그동안 원활한 일본 수출을 위해 지난 4월 171곳의 수출농가를 대상으로 수출요건 및 방제방법에 대한 합동 순회교육을 실시하고, 해충 유입 방지를 위한 망 설치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친환경 토마토 농가들은 정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산 토마토의 일본 수출량은 전체 생산량에 2%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토마토뿔나방 피해가 심각한 일반·친환경 토마토 농가는 배제하고, 수출 농가만 방제 지원을 한 것을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KATI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토마토 생산량은 33만2천400t으로, 이 중 1.0%인 3천416t이 일본에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평택의 한 친환경농가는 “지난 2월 토마토뿔나방 피해가 발생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어떤 조치도 없어 결국 친환경 농사를 포기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출농가에는 토마토뿔나방 방제를 지원했다며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도내 친환경농가들을 대변하는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역시 정부가 수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뿔나방 피해를 입은 토마토농가들에 대한 지원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내년에 전체 토마토농가를 대상으로 토마토뿔나방 방제비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확보한 상태”라며 “올해는 남아 있는 예산으로 수출농가 인근의 토마토농가들을 대상으로 방제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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