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00만명 국내 ‘톱3 도시’ 성장사 한눈에 교양강좌 ‘도시학당’ 운영… 시민과 미래 고민
“제물포 시대를 중심으로 외적의 침략에 대한 진실을 과학적으로 진열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인천 박물관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근본 사명이라 믿습니다.” 인천시립박물관의 초대 관장인 고(故) 이경성 관장. 그는 인천의 박물관은 향토사 연구의 중심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직접 편찬한 박물관보를 통해 박물관이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과 정체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한강의 기적’ 이후 제조업 중심의 압축성장을 경험한 인천과 서울을 배후로 둔 덕에 개발 담론의 소용돌이에 휩싸여야만 한 인천의 문화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인천에는 28곳의 박물관이 있다. 국·공립이 16곳, 사립이 11곳, 대학이 운영하는 박물관이 1곳이다. 인천은 지금 300만 도시에서 나아가 750만의 재외동포까지 품은 ‘1천만 글로벌도시’로 거듭났다. 선원의 도시, 산업인의 도시, 중소상인의 도시로 자리 잡은 인천은 이제 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가야 할 때이다. 이에 따라 경기일보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인천의 박물관의 현주소와 함께 박물관의 특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④ 개항 이후 인천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인천도시역사관
인천은 지난 1883년 면적 1.67㎢로 시작해 현재 1천67k㎡으로, 140년 동안 약 638배 넓어졌다. 1895년 지방제도 개혁에 따라 인천에 ‘인천부’가 설치, 1949년에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인천시’로 개칭했다. 이어 인천은 1989년 경기도인 옹진군 용유·영종면, 김포군 계양면과 1995년 경기도 강화군, 김포군 검단면, 옹진군을 잇따라 편입하며 광역시로 성장했다. 2001년에는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고, 2년 뒤에는 송도·청라·영종 등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인천도시역사관은 이러한 인천의 도시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인천도시역사관은 앞으로 빠른 성장 속에 잊은 인천의 역사, 인천의 미래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 인천
인천은 지난 1883년 제물포 개항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 시작했다.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변화와 확장을 거쳐 현재 인구가 약 300만명으로 서울, 부산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등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성장하고 있다.
인천도시역사관은 ‘근대도시관’, ‘인천모형관’, ‘기획전시실’을 통해 인천이란 도시가 성장해온 과정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근대도시관에서는 제물포가 개항한 뒤부터 1945년 광복까지 인천의 형성과 변경 과정을 소개한다. 인천전환국 등 당시 사진을 전시해 제물포에 외국 선박이 정박한 뒤 상인들이 모여든 모습을 알리고 있다. 또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을사늑약을 한 뒤 1906년 2월 개항장 등에 있는 일본영사관을 대신할 이사청을 신설했던 역사적 사실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 노선이자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경인선 철도의 모습도 품고 있다. 이와 함께 인천역 인근에 있는 대불호텔 등을 복원하고 과거 인천 도시 풍경을 재현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 밖에도 근대도시관이 있는 1층에는 한국GM의 전신인 신진자동차가 생산한 1970년식 세단 ‘코로나’를 전시하고 있다. 자동차 등 인천지역에서 성장한 산업 역사도 담고 있는 것이다.
인천모형관은 인천을 커다란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한 공간이다. 시민들은 인천의 대표 원도심인 중·동구를 비롯해 매립을 통해 만든 영종도·송도, 서해에 있는 강화·옹진 등 인천의 모든 공간을 모형으로 볼 수 있다. 1천67k㎡(3억2천276만7천500평)에 이르는 인천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인천도시역사관은 지난달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시골 쥐의 도시 여행’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시골 쥐와 함께 1980년대 인천을 구경하는 콘셉트다. 당시 문방구, 분식집, 전자대리점 등을 재현해 관람객들이 옛 도시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했다.
■ 과거를 통해 보는 인천의 미래
인천도시역사관은 지난 2009년 8월 인천의 도시계획 역사를 전시하는 ‘인천도시계획관’으로 시민들을 맞이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컴팩스마트시티’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던 중, 2014년 1월 인천시립박물관이 인수했다. 2017년 12월에는 도시계획 뿐 아니라 도시의 역사 및 발전 과정을 담는 공간으로 거듭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금의 ‘인천도시역사관’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인천도시역사관은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인천도시역사관은 단순히 역사 유물 전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인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우선 인천도시역사관은 성인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교양 강좌 ‘도시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성인들을 대상으로 근대 인천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다룬 강의를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초등학생이 인천 역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인천 관련 요리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천 역사를 전달하고 있다.
인터뷰 이희인 인천도시역사관장 “핵심은 연구·전시·교육의 연계”
“인천도시역사관의 핵심은 연구·전시·교육의 연계입니다.”
이희인 인천도시역사관장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밝혀낸 역사를 시민에게 보여주는 곳이 도시역사관”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박물관 특성에 맞는 작품 전시가 필요하다”며 “전시를 통해 풀어주지 못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관장은 지난 2020년 부임한 뒤 인천의 근현대 역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경인국철 1호선 인천역 인근 그물, 닻 등의 배 관련 물건들을 취급하는 선구점 거리를 담은 학술조사 보고서 ‘인천 선구점 거리’를 발간하기도 했다. 또 선구점 거리를 연구하며 그물 등 관련 유물을 수집, 인천도시역사관에 전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 관장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천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릴 방침이다. 현재 인천도시역사관에서는 6~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장면 등 인천 최초의 음식을 알리는 ‘인천이 재밌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성인을 대상으로 ‘도시 생활사’ 강연과 ‘근대 인천’ 강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관장은 “지역 역사 공부에 갈증을 느끼는 인천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하고 있어서 인천을 알고 싶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장은 더 풍부한 연구·전시·교육을 위해선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인천도시역사관의 1년 예산은 사업 운영비와 시설 관리비를 포함해 약 6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유물 확보 및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하려면 추가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인천의 다양한 역사를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예산 확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박물관의 유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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