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개설자 포괄적 권리 악용... 통행 금지·시간제 운영 등 갈등 市 “정부가 사도법 개정해야”
“수십년 동안 마을주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했던 도로인데 땅 주인이 출입문을 만들어 시간과 차량을 통제합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21일 오전 11시께 파주시 송촌동 556-29번지 앞. 이곳에서 만난 마을 주민 A씨(67)는 평소 큰 도로(소라지로)에서 마을 안으로 진입하던 통로에 철제 출입문을 달아 놓고 차량을 통제하는 B업체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업체가 국토교통부 등록업체의 건물균열 권고로 30여년간 마을 통로로 사용하던 너비 3m의 도로를 사들여 2019년부터 철제 출입문을 만들어 회사 물류차량 외에 2.5t 이상 대형 차량 등의 마을 진입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그는 “B업체는 현재 대형 차량 불허 등과 함께 시간제로 운영한다”며 “이 때문에 화재 진압 등 위급 상황 발생 시 필요한 시간에 마을에 진입하기 위해선 3~4㎞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대장에 등재된 건축법상도로다. 출입문 등 장애물을 만들어 출입을 제한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 측은 “경운기 등 농기계 출입은 사유지에 우회도로까지 만들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다만 공사형 대형 트럭 등은 마을 진입도로가 협소해 회사 건물의 안전 문제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봄철 농번기를 맞아 파주지역 곳곳에서 사유지 위 도로를 둘러싼 땅 소유자와 주민들 간 갈등이 10여건에 이르는 등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송촌동 외에도 월롱면 덕은리 일원 농로길, 산남동 심학산 둘레길 등도 사유지와 주민 간 통행 문제로 갈등이 심해 파주시에 중재를 요구하나 뾰족한 수가 없다.
현행 사도법에는 사도 개설자가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도 예외 규정을 둬 사도 개설자의 권리(사유재산)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서다.
송천동 556-29번지 통로 통행 제한의 경우도 최근 A씨 등 마을 주민들이 B업체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으나 법원은 B업체의 손을 들어 줬다. 사유지고 우회도로까지 만들었다며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시 관계자는 “매번 중재(감사 요구 등)를 요청하고 있지만 사도 개설자 감정에 호소하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사도법을 토지주와 주민들 간 균형 있게 개정해줘야 분쟁을 종식시킬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유지 도로를 둘러싼 분쟁은 민사적 판단을 받는 게 우선이고, 내 땅이라 하더라도 물리력 행사는 하지 않는 게 좋다”며 “토지를 매입할 때 이런 분쟁의 소지가 없는지 현장 확인은 물론 마을 정서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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