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양계장 운영도 바쁜데 돈 들여 HACCP 인증·전산 신고 진땀 유통 이력 정보 입력 ‘막막’… 도·소매업자들 마트·슈퍼마켓 납품 포기
계란의 생산과 유통 이력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입된 ‘계란이력제’가 시행 1년이 지난 가운데 소규모 양계농가나 영세상인들이 해당 제도를 쫓아가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화성 향남읍의 한 양계농가. 7만~8만수의 소규모 양계장을 운영하는 조명규 대표(34)는 지난해부터 가중된 규제에 한숨만 늘었다. 계란 선별을 위한 외국 인력 2명을 제외하면, 온라인 전산 신고 등 계란이력제를 위해 필요한 업무를 모두 혼자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큰 규모의 농장이 아니고서야 계란이력제를 착실히 수행할 수 있는 농장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계란이력제 때문에 HACCP 인증까지 받느라 추가 비용이 들어갔는데, 내 돈 들여 번거로운 일만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수원특례시 장안구에서 계란 도·소매업을 하는 이원섭씨(62) 역시 지난해 1월 계란이력제가 시행되며 마트, 슈퍼마켓 등에 납품을 포기했다. 마트 등은 전산으로 계란의 유통 이력 정보를 필수로 입력해야 하는 탓에 차라리 거래를 포기한 것이다. 이씨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마트랑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랑 평생 거리를 두고 살았는데 갑자기 컴퓨터로 입력하라고 하니, 도저히 엄두가 안 나 분식집이나 중국집 등 계란을 가공하는 가게에만 납품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계란이력제는 지난해 1월25일 농식품부가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는 계란 껍데기에 표시된 10자리로 계란의 생산·유통 이력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제도로, 올해로 시행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전산 시스템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소규모 농가와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지 오래되지 않아 정착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PC로 하는 정식 신고가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모바일 앱을 활용한 간편신고 시스템을 만들었다. 수기 작성이 가능하다면 간편신고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이 어려운 분들에겐 방문이나 유선 안내 등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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