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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수청년외식센터의 실패...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지 말라
오피니언 사설(인천)

[사설] 연수청년외식센터의 실패...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지 말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건물 2층에 연수구 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 간판이 보인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불이 꺼진 채 인적이 끊긴 채로 버려져 있다. 연수구가 지역 내 청년 외식 사업가를 키운다며 거액의 세금을 들인 곳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유행을 좇아 시작한 청년지원사업이다. 그러나 2년을 못 채우고 간판을 내려야 할 형편이다. 지원 대상인 청년 창업가들이 외면하는 데다 센터를 인수·운영할 사업자도 없다. 그 사이 8억원이 넘는 연수구 주민 세금이 눈 녹듯 사라졌다. 시설을 철거하고 사업을 접으려니 또 수천만원의 철거비와 잔여 임대료를 물어야 한다.

 

연수구는 팬데믹 2년 차인 2021년 2월 이 센터를 열었다. 팬데믹 첫해인 2020년부터 준비한 사업이다. 1억원의 보증금으로 건물 공간을 임대했다. 월 임대료 660만원 규모의 상가다. 여기에 3억764만5천원을 들여 공유형 주방 10개와 사무실, 커뮤니티 등의 공간을 조성했다. 공유 주방은 싱크대와 조리대 등 주방 설비 기기가 갖춰진 공간을 함께 사용,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초기에는 지역 청년 10명이 입주해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베트남 쌀국수나 수제 소시지, 초밥 등의 메뉴였다.

 

하지만 구는 지난해 11월 청년외식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것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센터에 입주할 2기 청년 창업가들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 이런 사이 연수구의회 등에서는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구가 센터를 만들어 일부 청년들에게 과다한 지원을 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연수구는 초기 투자 외에도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억6만천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했다. 컨설팅 지원 비용이라고는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보인다.

 

연수구는 이달 초 센터를 인수해 운영할 사람을 찾는 공고를 냈다. 희망자가 없었다. 현재 2차 공고가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증금 1억원에 매월 임대료 660만원이면 민간사업자로서는 사업성이 없다. 더 큰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 비대면 배달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데에 있다. 청년 지원이라는 선의에서 시작했겠지만 결말은 애물단지다. 제 주머니 돈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새삼 돌아볼 것은, 공공부문이 섣불리 시장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지원을 해줘도 왜 수요자들이 외면하는가. 그 지원을 받지 못한 청년 창업가들이 시장에서 받는 불이익은 어떡할 것인가. 공공부문의 시장 개입 실패는 사례가 차고 넘친다. 시장은 법과 세금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고유의 룰이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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