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서 공개" 강수 던진 이재명…檢 줄다리기 우세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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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소환 조사를 위해 들어서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주현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검찰과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우세한 지점을 선점하고 나섰다. 

 

이날 이 대표는 오전 10시25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뒤 가장 먼저 추위에 떠는 기자를 향해 ‘왜 떠느냐’며 농담을 건넸다.  지난 10일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할 당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려 도보 출석을 택하며 ‘피의자’ 대신 ‘당 대표’로의 모습을 보이고자 했던 의도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여러차례에 걸쳐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 ‘국가권력 사유화’,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 ‘사법살인’ 등의 표현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을 동일시 시키는 동시에 자신이 정치적 표적 수사의 희생양임을 강조했다.

 

특히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통해 ‘검찰 제출 진술서 공개’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사업에 관한 제 입장은 검찰 제출 진술서에 다 담았다”는 말로 이번 조사에도 ‘진술서를 통한 답변’ 방식을 고수할 뜻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곧 여러분께도 공개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중에 알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출석 시점인 오전 10시20분께 1천800자 분량의 ‘이재명 대표 검찰진술서 서문’을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 글에는 출석 당시 밝힌 입장과 유사하게 검찰에 대한 항의와 관련 조사 답변은 서면 진술서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법조계는 이러한 이 대표의 태도가 검찰과의 기싸움에서 우세한 지점을 선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피의사실 공표’의 제한 때문에 이 대표의 범죄 사실에 대해 밝힐 수 없는 검찰과 검찰에서 밝힌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대중에게 공개하겠다는 이 대표의 상황 상 적극적인 의사 표명 및 소명이 가능한 이 대표가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날 검찰은 100장이 넘는 조사서를 준비해 이 대표와의 정면승부를 대비해왔다. 수사 시작 1년4개월여 만에 어렵게 성사된 제1 야당 대표 조사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 때문에 앞서 수원지검 성남지청 조사 당시에는 낮게 점쳐지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역시 이번 조사에서는 보다 높은 확률로 거론되기도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도 여전히 당당한 제1야당 대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검찰이 상당기간에 걸친 조사에서 여러 정황들을 확보하고 있고, 어디까지 확보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조사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측의 기싸움은 이미 출석 시점을 조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 대표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지 6일만인 지난 16일 이 대표 측에 27일부터 2월2일까지 여러 안을 제시하며 2차례에 걸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에 공식적인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이 대표 측은 검찰과의 일정 조율 대신 언론을 통한 ‘출석 통보’로 맞섰다. 소환 통보 2일 만인 18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해 각종 현안을 이유로 주중 출석이 불가능하다며 28일 오전 10시30분을 출석 시점으로 못 박았다. 

 

이에 검찰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다시 한 번 시점 조율에 나섰다. 28일 출석까지는 가능하지만, 시간은 오전 9시30분까지 와야 한다고 통보했고 ‘2일간 출석’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날 오전 10시30분에 맞춰 검찰에 출석했고, 미리 준비한 답변서를 제출하겠다고 한 만큼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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