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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월부터 주세 올린다… 식당서 ‘맥주 한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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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월부터 주세 올린다… 식당서 ‘맥주 한잔’ 옛말

맥주 1병에 ‘8천원 시대’ 우려... 업주들, ‘출고가 인상’ 불보듯
결국 애주가들만 부담 눈덩이

맥주 가격 인상. 연합뉴스

 

“맥주 1병당 4천원씩 받고 있는데, 안 올리면 식당이 손해고 올리면 손님이 끊길 것 같아 이래저래 고민입니다.”

 

수원의 한 전통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명인씨(56·가명)는 최근 발표된 맥주와 막걸리 등에 붙는 주세 인상 소식에 한숨부터 내뱉었다.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음식 가격을 1천원씩 올린 상황에서 술값마저 올린다면 손님들 발길이 더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 우리 가게는 맥주와 소주를 각각 4천원에 판매 중인데, 가격을 올려도 안 올려도 손해인 상황이라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라고 털어놨다.

 

광주에서 치킨집을 하는 이영희씨(53·가명) 역시 주세 인상에 걱정이 한 가득이다. 물론 아직 공식적으로 맥주나 막걸리 등의 출고가가 인상된 것은 아니지만, 그간 주세가 오르면 출고가도 상승해 왔던 터라 벌써부터 ‘장고’에 빠진 것이다. 그는 “이 동네에선 맥주, 소주 가격이 5천원이 적정선인데, 다른 가게에서 선제적으로 올리게 되면 그땐 줄줄이 따라 인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 등에 붙는 세금을 인상하며 ‘맥주 8천원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도내 소상공인들은 가격을 올려도 안 올려도 매출에 타격이 가해져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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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수원의 한 전통시장 내 식당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김정규기자 

 

25일 기획재정부의 ‘2022년 세제 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붙는 주세가 3.57% 인상된다. 지난해 물가상승률(5.1%)의 70% 범위 안에서 종량세율을 결정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맥주는 ℓ당 주세가 30.5원 올라 885.7원, 탁주는 ℓ당 1.5원 상승해 44.4원이 된다.

 

이 같은 주세 인상은 결국 출고가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21년에는 주세가 0.5% 오르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 출고가를 평균 1.36% 올렸다.

 

맥주 출고가 인상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데, 일반적으로 식당들은 500원이나 1천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현재 4천~7천원 선인 맥주 가격은 최대 5천~8천원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병맥주 8천원 시대’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줏값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데, 소주 공병 가격이 지난해보다 22.2%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비맥주, 하이트 진로 등 주류업계는 일제히 가격 인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출고가 인상 등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도 많이 올라서 업계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물가에 연동한 종량세 방식이기 때문에 매년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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