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소중함 다룬 정현종 시인 ‘방문객’ ... 사람에 대한 ‘생각·태도’ 성찰할 수 있어 내면 깊어지는 문학작품… 성장의 밑거름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를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의 방문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였던가.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었나.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다가가고 있나. 우리는 사람들을 너무도 가볍게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시구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옛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만나는 그 무수한 사람들, 그 과정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회적인 만남.
그러면서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볼 사람들이 아니라며 너무도 가볍게 사람들을 대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사람들은 작은 인연 하나도 그것이 쌓여 자산이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람이 만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다 이유가 있고, 인연이 있어서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물음은 결국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까지 도달했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느라 정작 나 자신을 온전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소홀하게 여기지는 않았나’ 하는 질문을 하게 됐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이고 미래의 나일 텐데 나의 일생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을까. 나를 이해하고 환대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환대하며 기쁘게 맞을 수 있을까.
시 ‘방문객’은 한 편의 문학작품이면서 동시에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인문학이었다. 사람을 대하는 것과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 사람에 대한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든 한 줄의 시 구절은 이 책이 나에게 준 귀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가 전해준 깊은 울림은 문학 공부만을 위한 시 읽기에 머물렀던 나의 독서의 효용을 확장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시로 인해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다.
올겨울은 우리에게 성숙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겨울의 침묵을 흘려보내지 말자.
겨울의 침묵 속에서 내면이 깊어지는 문학작품 하나를 만날 수 있다면 겨울은 우리의 성숙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 겨울 동안 또 다른 나에 대한 고민과 만날 계획을 세워본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나를 돌아볼 문학작품 하나를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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