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졸은 안 되는 청년행정인턴, 학력 차별 시정해야

취업난 속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이른바 공시생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청년행정인턴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응시자격이 대학생에 한정돼 고졸자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이 되려면 대학 졸업이 필수가 아닌데 대학생들만 체험 기회를 줘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청년행정인턴은 자치단체 개별 사업이다. 각 지자체가 여름·겨울방학 기간에 시청과 구청, 동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한 달 동안 시행한다. 만 18~34세 대학생(재학생·휴학생)이 대상이다. 업무는 간단한 문서 작성이나 서류 정리 등이 대부분 이다. 업무수행 능력을 가늠하기보다 공직생활을 미리 경험해보는 취업 지원 제도다.

지원자들은 이 사업 참여를 통해 최저시급과 같거나 많은 임금에다 주휴수당까지 받는다. 취업 시 경력란에 사업참여 경력을 게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때문에 ‘꿀알바’라고 불리며 선호도가 높다. 실제 청년행정인턴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7월 수원특례시는 8 대 1(202명 모집에 1천500명 지원), 고양특례시 11대 1(88명 모집에 925명 지원), 동두천시 4.5 대 1(50명 모집에 145명 지원)의 경쟁률을 보였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청년행정인턴 대상을 대학생으로 한정, 고졸 청년들을 차별하고 있다. 고졸자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사업주가 근로자 채용 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이나 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고용정책기본법(제7조)에 위배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학력 제한 금지를 권고했는데도, 앞장서야 할 지자체들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본보가 이런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적정성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앞서 전남 여수시와 광양시도 청년행정인턴 사업의 신청 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차별이며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청년행정인턴은 고졸의 취업 준비생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학력을 잣대로 어떤 일을 경험조차 할 수 없게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

다행인 것은, 본보 보도 이후 청년행정인턴 지원 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하지 않고 미취업 청년으로 바꾸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파주시가 나섰다. 수원특례시도 학력 제한 폐지를 도입할 예정이며, 포천시도 개선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지자체의 개선 조치는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경기지역 전체로 확대되고, 전국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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