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남양주 별내동 쓰레기 천지… 주민들 고통 호소

주거밀집지역 곳곳 비둘기 등 음식물 쓰레기봉투 헤집어 악취
반경 350m 내 유치원·초·고교 위치… 학생 위생 안전 ‘빨간불’
‘자동클린넷’ 하루 52t 감당 안돼… 남양주시 “대안 마련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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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별내동 길거리 일대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들로 인해 조류들이 몰려드는 등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까마귀와 비둘기 등 조류들이 음식물쓰레기를 파헤치고 있다. 독자 제공

“매일 아침 출근길에 속이 메슥거립니다.”

25일 오전 10시께 남양주시 별내동 주거밀집지역. 이곳에서 만난 정진현씨(42)는 출근길에 거리를 걷다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둘기와 까마귀가 길거리 곳곳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던 새들이 나무 위로 날아오르자 옆을 지나던 한 주민은 소리를 지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특히 새들이 쓰레기수거함 주변과 나무를 번갈아 옮겨 다녀 인도는 새 배설물로 뒤덮였다.

이곳 반경 350m 내에는 유치원, 초등학교, 고교가 위치해 있어 학생들의 위생도 위협하는 상황이다. 실제 길고양이들이 파헤쳐 놓은 쓰레기봉투에선 악취가 스멀스멀 올라와 등교 중이던 학생이 코를 막으며 황급히 뛰어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남양주시 별내동 길거리 일대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들로 인해 조류들이 몰려드는 등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별내동은 2013년 지역 유일한 쓰레기 수거시스템인 ‘자동클린넷’을 도입했다. 자동클린넷은 생활쓰레기 자동처리 시스템으로 일반·음식물 쓰레기를 투입구에 넣으면 1개 지하 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분리 수거된다.

클린넷 1대당 최대 330ℓ를 저장할 수 있지만 늘어나는 다세대주택과 상가 등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증가한 데다 업체 1곳이 야간에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어 낮에 배출되는 쓰레기는 클린넷 주변이나 인도 위에 쌓이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별내동(8만234명)은 하루 52t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전문가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비점오염원이 수질을 악화시키는 만큼 지자체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주민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점오염원’은 도로 등 불특정 장소에서 불특정하게 발생하는 수질오염 물질이다.

김진홍 중앙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파헤쳐진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비점오염원이 하수구로 들어갈 경우 수질을 악화시킨다”며 “지자체는 쓰레기 배출 시간을 야간으로 규정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주민들도 적극 협조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시 관계자는 “홍보물 제작 등을 통해 오후에 쓰레기를 배출해 달라고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고질적인 민원사항인 만큼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주=유창재·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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