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군인...’ 4절 완창 ‘추억’ 극우, ‘팬’ 늘지만 ‘표’는 안 돼 사과 안 하고 또 광야로 가나
그 와중에 4절까지 다 불렀다. 2005년 12월 어느 날이었다. 예년처럼 열린 기자의 밤이었다. 도지사 선거를 반년 앞둔 때였다. 후보군이 여럿 왔다. 그중 특별했던 손님이 김문수 의원이다.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돌며 인사했다. 이어 앉지도 않고 무대로 올라왔다. 인사하랬더니 ‘노래하겠다’고 했다. 늙은 군인의 노래를 했다. 1절 하고, 2절하고.... 4절까지 다 했다. 술 취한 기자들이 웃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 그러곤 인사하고 휑 떠났다.
운동화 신은 이유가 있었다. 2010년 5월 어느 날이다. 민선 6기 선거운동 막판이었다. 그가 연임에 도전해 있었다. 신문사에 들렀다. 4년 전처럼 서둘러 편집국을 돌았다. 인사가 끝나자 앉지도 않고 나갔다. 두 개 층 위 임원실이 있었다. 몇 초면 엘리베이터가 올 터였다. ‘시간 없다’며 갑자기 계단으로 뛰었다. 수행원, 기자들 십수명이 함께 뛰었다. 하얀 운동화의 그가 제일 빨랐다. 수행원 하나가 말했다. ‘열흘간 잠을 안 자서 제정신이 아니시다.’
늙은 군인의 노래 4절 완창. 잠 안 자고 계단 뛰어 오르기. 경기지사 김문수는 그때 그랬다. 자기 계획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4절까지 하려고 했으면 4절까지 밀고 갔다. 엘리베이터 기다릴 새도 없이 뛰어 다녔다. 그를 따라다니는 얘기가 있다. ‘많이 못 다닐까 봐 살을 찌우지 않는다’ ‘만남이 너무 많아 본 사람에도 명함 또 준다’.... 특이했다. 그런 지사는 앞에도 뒤에도 없다. 좋다 나쁘다 평할 일이 아니다. 그 모습 그대로다. 못 당할 소신·고집이다.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다.” 그날 그는 국감 피감사자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자격이었다. 을(乙)인 그에게 갑(甲)인 의원이 물었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칭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짧은 순간이었다.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부질 없는 걱정이고 기대였다. 타협 없이 소신을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존경하면 김일성주의자입니다.’ 강조하는 단어까지 섞었다. ‘확실하게.’
“문 전 대통령은 총살감이다.’’ 야당 의원이 과거 ‘총살감’ 발언을 꺼냈다. “지금은 과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루도 못 갔다. 다음 날 라디오에서는 말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묻힌 논쟁도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물었다. “지금도 내가 반미 반민족 수령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보느냐.”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전 대통령과 현 의원에게 던진 공산주의 발언이다. 김일성주의 단언이다. 국회 역사에 이런 일이 없었다.
대번에 보수 스타가 됐다. 지금 인터넷 핫 검색어는 ‘김문수’다. 그의 과거 시국 발언 영상이 수 없이 올라온다. 보수의 속을 시원히 긁어 주는 말이다. “박근혜 탄핵은 건널 강이 아니라 반성 사과할 일이다.” “정치인이 어떻게 돈을 버나. 그런 정치인들 다 수사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못 건드렸다는 평이 나온다. 당장 대통령 후보로 삼자는 소리도 있다. 불과 한 달 전, 그는 야인이었다. 태극기 부대에만 서는 연설가였다. 모두에게 외면 받던 궤변론자였다.
취할까 봐 걱정이다. 팬클럽과 유권자는 다르다. 김일성·총살감 발언으로 팬은 모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유권자가 떠날 것이다. ‘신영복=김일성’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 ‘문재인=총살감’에 섬뜩해하는 유권자들 말이다. 이쯤에서 멈춰야 좋다. 발언을 사과해야 좋다. 경사위 업무에 집중해야 좋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십수년 전 전해 들은 얘기가 있어 그렇다. 학생운동권 동료 김상곤 교육감의 회상이다.
“김문수는 대학 때도 그렇더라고요.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무조건 극단까지 가요. 중간이라는 게 없어요.” 기자가 봐도 김문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번 결론이 벌써 안쓰럽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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