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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텔링] 임금·가사노동·육아⋯ ‘여성 불평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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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텔링] 임금·가사노동·육아⋯ ‘여성 불평등’ 여전

‘여권통문의 날’ 그 후 120년… 경기도 성평등지수 1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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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의날을 닷새 앞둔 지난 3월 3일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제18회 경기여성대회에서 경기지역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차별과 혐오없는 성평등한 경기도가 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외국계 기업에 근무할 때 어딜 가나 성차별, 나이 차별이 존재했다…여성 관련 정책도 육아와 가족 관련 정책들만 있던데 모든 여성은 ‘아이를 낳는다+결혼을 한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 모든 여성을 아우르는 정책이 될 수 없다.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 개인을 챙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20대 여성 A씨, 지난 4월 경기여성단체연합의 ‘경기도 90년대생 여성노동자 집담회’ 중)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매니저에게 언어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내가 침묵하고 그만두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거라는 생각에 모든 상황을 알렸다. 사장님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죄목으로 고소를 했다…이런 일을 겪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다.” (20대 여성 B씨, 이하 지난 5월 개최된 안산여성노동자회 ‘세상을 바꾸는 여성노동 집담회’ 중)

“한부모는 ‘신’의 삶을 살고 있다. 직장을 구할 때마다 워크숍이 많은지, 야간 근무가 많은지 등을 살펴보고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눈치 게임 하듯이 말한다…한부모 가정의 일과 가정 양립, 생활환경을 위한 지원이 아직 부족하다.” (30대 한부모 여성 C씨)

“한 달을 일해도 노동자 평균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인 우리 가사노동자들. 사회적 안전망은 아무것도 없다…(여성이 대부분 종사하는) 가사노동자를 위해 ‘가사노동자 고용개선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해 달라.” (16년차 가사노동자 60대 여성 D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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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통문' 전문이 실린 황성신문 보도(1898. 9. 8.).여성가족부출처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인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 양반 여성들이 이소사(李召史), 김소사(金召史)의 이름으로 ‘여학교 설시 통문(女學校設始通文) 여권통문(女權通文)’을 발표했다. 이 통문에는 여성의 평등한 교육권, 정치참여권, 경제 활동 참여권이 명시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 이 선언은 당시 황성신문과 독립신문이 보도해 큰 호응을 얻었다. 법정기념일로 제정돼 매년 9월 1일 행사를 진행하는 ‘양성평등의 날’의 시초인 셈이다.

120여년 전과 오늘날 여성의 삶은 사회적 역할과 위치가 매우 다르다. 혹자는 구조적 양성평등은 이미 구현됐다는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된 시대만큼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성별 불평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경기일보 데이터텔링팀은 최근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경기지역 여성의 삶과 양성평등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여성의 경제활동 통계와 각종 사회적 지표 지수 등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성불평등 구조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맞닥뜨리면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고용 및 노동, 돌봄 등의 문제가 위기와 맞물리면서 여성에게 더 많은 피해가 가해지기도 했다.

여성과 남성의 성별 임금 격차도 여전히 컸다.

여성가족부의 ‘2021 지역성평등 보고서’를 보면 경기지역의 성평등지수는 지난 2020년 17개 시·도 중 1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엔 성평등지수가 6위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시기에 5단계나 순위가 하락하면서 경기도는 17개 시·도 중 성평등지수 순위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팬데믹으로 드러난 성별 불평등…일상 속 언어도 돌아봐야

코로나19 팬데믹은 돌봄 등 가사 업무를 여성들에게 더 가중시켰다. 이에 도내 여성들은 남성보다 노동 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 경기지역 여성 경제활동 여건…팬데믹에 취약

통계청의 집계를 보면 팬데믹 시기 경기도 여성의 경제활동 전반에 대한 수치가 악화했다.

도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높아져 2019년 53.2%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뒤 지난해 52.5%로 하락했다. 여성의 실업률 역시 2018년 3.7%에서 2021년 4.0%로 0.3%p 늘었고, 고용률은 2018년 50.8%에서 2021년 50.4%로 떨어졌다. 도내 남성의 실업률이 2018년 3.8%에서 2021년 3.4%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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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팬데믹 기간에 어린이집, 학교, 양로원 등이 문을 닫으면서 여성에게 돌봄의 역할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이를 돌보거나 고령 가족을 부양하며 무보수 노동에 시간을 쏟는 탓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말 발간한 ‘포스트코로나시대, 성평등정책 점검 및 향후 과제’를 보면 경기지역 여성의 13.1%가 일을 그만둔 이유로 가족 돌봄 문제를 꼽았다. 남성이 같은 이유를 든 비율은 2.9%에 그쳤다.

■ 성별격차임금 경기도 전국 10위권…개선 조례 해법 될까

여성과 남성의 경제적 활동에서 또 하나 살펴볼 중요한 점은 성별 임금격차다.

경기지역의 성별임금격차는 36.9%로 16개 시·도 중 10위로 낮은 편으로 집계됐다.

성별임금격차는 단순히 임금의 수준이나 액수만을 나타내는 지표를 넘어 채용, 배치, 해고에 이르는 고용의 전 과정에서 발생한 성차별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경기도가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 계획을 설계할 발판을 마련하고자 지난 7월 제정한 ‘경기도 성별임금격차 개선 조례’가 이러한 성차별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성별임금격차 문제는 여성노동권과 직결되어 있으나 OECD 성별임금격차 평균은 15.3%인 반면 우리나라 경우 32.5% 로 나타나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여성의 노동 및 경제활동 지원에 관한 경기도 현행 조례는 결혼-출산-육아의 성역할 고정관념에 바탕해 여전히 구성·운영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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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성평등 수준이 후퇴하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혜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은 “경기지역 여성이 돌봄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많다”며 “유연 근무, 육아 휴직 등을 제대로 활용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여성의 독박 육아를 줄이도록 남성의 재택 근무를 확대하는 등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제도들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지속하고, 새로운 감염병의 발생 가능성도 있는 상태에서 이 같은 재난의 위기가 더 이상 성 불평등을 심화하지 않도록 경기도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양성평등 인식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높아진 인식이 실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육아 휴직 등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육아휴직을 했던 여성들이 재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장기적 방향성을 갖고 생산노동과 재생산 노동 모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고 계시나요? 무심코 썼던 일상 속 ‘성차별 언어’

여교사, 여배우, 여기자, 여의사, 여경, 여군, 여자 학교….

일상의 대화 속에서는 물론 언론 등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다. 같은 단어라도 ‘여’ 표기가 없으면 대상이 남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특별히 성을 붙이게 된다. ‘남성’이 표준이 된 용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처녀작’ 역시 성차별적 용어로 꼽히지만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처음으로 지었거나 발표한 작품을 일컫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돼 있다.

일상 언어 속 ‘성차별 불감증’은 여전히 만연하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성평등 언어 사용을 권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성차별 언어 사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7월 경기도와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경기도 성평등 홍보물 길라잡이’를 보면 2021년 경기도 및 산하기관이 운영 중인 255개 온라인 사이트에 대한 도민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경기도 홍보물의 성차별적 요소가 담긴 홍보물이 456건이나 발견됐다.

그렇다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배제하려면 어떤 유의점이 필요할까.

우선 직업 직군을 표현할 때 전통적인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되기 쉬운 만큼 여성, 남성이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직군에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길라잡이는 조언한다. 특히 남성 종사자 수가 많은 과학과 기술, IT분야에서 남성 종사자를 떠올리거나 농축산업 분야를 표현할 시 '농부' 혹은 '생산자=남성', '소비자=여성'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을 반영하지 않고,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존재하는 것을 반영해야 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매체 등에서 식기세척기, 음식물처리기, 로봇청소기를 일컬어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 ‘3대 이모님’ 역시 이와 같은 성차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용어로 꼽힌다. 가사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의미에서 붙여지면서 가사도우미가 여성에 국한돼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상 속 뿌리 깊게 박힌 성 인식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장은 “성차별 언어는 오랜 기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착된 경우가 많아 경각심을 느끼기 힘들다. 더 자주 때로는 강하게 잘못된 사실을 지적해야 한다”며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고 결국 의식과 사회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특히 의도적으로 관계 기관이나 전문가 집단은 물론 일반 시민들께서도 불편한 용어로 인지될 경우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이슈화 하고 사용을 지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많은 공공기관에서 성인지 교육에 대해 노력하고 있으나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 특정 대상을 설정해두지 않고 광범위한 홍보 방식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명확한 대상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접근법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데이터텔링팀=정자연·장영준·김보람·김정규·김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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