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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슬기로운 소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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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슬기로운 소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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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전자렌지가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전자렌지가 없다고 이야기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직장 생활하며 아이들 키우며, 무엇보다 맛있는 레토르트 음식이 많은 데 괜찮냐며 되묻는다. 심지어 80대의 시어머님도 같은 반응을 보이셨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용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편한 것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불편한 것을 느낄 수가 없다.

우리 집은 다섯 식구다. 다 함께 한 끼 단품 요리를 해 먹는 밥상 문화에 잉여 음식이 없고 장을 볼 때도 냉동식품류는 구매하지 않는 편이다. 당연히 전자렌지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 외 다른 가전제품 사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이후 나는 시민단체의 활동가 되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소비문화를 교육하면서 사회의 시대 흐름의 변화와 그에 발 빠른 기업의 움직임으로 가전제품이 느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늘어나는 가전제품으로 인한 소비문화는 우리 사회의 에너지 사용량과 비례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기후 위기에 처하게 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처음 전자렌지 사용의 문제점은 전자파였다. 건강에 매우 유해하다는 이유로 구입을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최소의 가전제품으로 느린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선택이 불편은 했지만 옳았다. 기업 윤리에 맞게 생산된 가전제품들은 건강만이 아닌 에너지, 미세먼지, 음식물쓰레기, 하천오염 등 환경 전반의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는 환경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슬기로운 소비 생활이 필요한 이유다.

올해는 먹을거리 소비 생활의 하나로 로컬푸드와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내 생산된 먹을거리를 시민들에게 홍보만이 아닌 지속적인 소비를 목표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으며, 그 중 로컬푸드이면서 동물복지까지 실천하고 있는 산안마을 공동체와 연대하고 있다. 우연찮은 계기로 방문하게 된 산안마을의 건강한 병아리들을 보며 그 후 지속적인 연대를 고민하며 만나는 대상에게 맞춰 풀어가고 있다. 이 작은 행동이 지역 경제의 선순환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비는 경제이기도 하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릴 적 나와의 약속이 하나 있었다. 각자가 필요한 걸 사야 할 때 할인 상품이 아닌 정품 구입을 절실히 원한다면 구입 후 사용률 50%가 안 될 시에는 용돈에서 50%의 금액을 환수했다. 어린 나이에 가혹하기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성인이 된 아이들은 지금까지도 구매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나는 그들이 선택한 결정을 존중한다. 그리고 이 경험을 살려 경제 교육으로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인 환경과 소비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언젠가 ‘나무는 위로도 자라지만 아래로도 자랍니다…아니, 아래로 자라야만 위로도 자랄 수 있습니다’ 라는 글귀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 글처럼 건강한 우리 사회를 위해 슬기로운 소비 생활은 세대 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며, 나는 이를 위해 늘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변남순 수원YWCA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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