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잇다] 플라스틱은 NO·세제 리필은 YES, 쓰레기 없는 삶… 이게 바로 ‘지구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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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중 하나는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의 유명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가 말했다.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온난화 등으로 이상기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유례 없는 폭염과 혹한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홍수나 가뭄 같은 재해가 빈번해지면서 피해도 막심하고, 특히 지구의 ‘한계 시계’마저 점점 짧아지면서 훗날엔 계절의 구분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이 속에서 아파하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나 하나라도’ 솔선수범 잘해보려는 이들이 있다. 쓰레기 없는 ‘불편한 삶’을 지향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족이다. 제로 웨이스트족은 이름 그대로 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일상 속에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며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선택하고, 플라스틱·비닐 같은 포장재 대신 내용물만 취하는 사람들이다. 커피숍이나 서점, 꽃집 등 여러 업종에서 이러한 제로 웨이스트 손님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 경기도 내 친환경·무포장가게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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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제 리필·비건 실천으로 지구 지키기…‘리필위드유’

군포시 금정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상점 ‘리필위드유’는 지난 1월13일 문을 연 신생 매장이다. 

보통 제로 웨이스트 상점처럼 이곳 또한 ‘자원순환’, ‘리필스테이션’, ‘무포장 생활용품’ 등 3가지 코너로 운영되는데, 특이한 점은 여기서 ‘비건식품’까지 더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네 번째 코너에서 냉장고 1개, 냉동고 2개와 상온제품 쇼케이스까지 총 40여개 품목을 취급하며 인근 어느 곳보다도 많은 비건식품을 판매한다. 손님들이 주로 찾는 곳은 리필스테이션 코너다. 

개인이 가져온 용기에 빨래·주방세제나 섬유 유연제 등을 원하는 만큼 담아 무게를 재고, 그에 따라 금액을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가게 이름처럼 이러한 리필 코너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리필위드유 변요섭 대표는 “이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쉬던 중 기후위기 관련 영상을 보고 책을 읽으며 채식주의에 먼저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개인이 가장 효과적으로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채식이라고 생각해 2020년부터 육식을 지양했고, 한 발 더 나아가 제로 웨이스트 매장까지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사가 안 될 때도 제로 웨이스트 상점 운영을 후회한 적 없다던 변 대표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 지구를 지킨다”며 “제로 웨이스트나 채식주의가 조금은 불편할지 몰라도 결국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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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이 어떻게 제로 웨이스트로 운영될까?…‘모모책방’

화성시 봉담읍에는 밋밋한 종이서류봉투에 그림을 그려 책을 담아주는 책방이 있다. 그마저도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부터는 무포장으로 구매하는 손님에게 즉석에서 수채화 책갈피를 그려주기 시작했다. 5년째 무포장 서점으로 운영 중인 ‘모모책방’의 강진영 대표 이야기다. 이곳 모모책방에서는 책을 사고팔 때 ‘노 플라스틱’을 원칙으로 한다. 내부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다. 책방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모임에서도 이 원칙을 고수한다. 

즉석에서 그려주는 수채화 책갈피가 이 책방의 가장 큰 특징인데, 그만큼 모모책방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환경도서 큐레이션 코너’다. 

이 코너에서는 ‘왜 환경보호를 실천해야 하는지’를 쉽게 소개하는 환경도서를 선보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어도 어려운 책은 환경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떨어뜨린다”는 강 대표의 뜻이 담겨 있는 대목이다. “책임질 수 없다면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한다”고 말한 강 대표는 “지구 전체로 봤을 때 큰 의미가 있는 거대한 실천이 아니다”라며 머쓱해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제가 누군가 책을 고르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작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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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해서 들어간 가게, 인생을 바꾸다…‘지구에티켓’

이름에서부터 가게의 성격이 명확한 이곳 ‘지구에티켓’은 오산시 세교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다. 지난 2020년 10월 문을 열고 어느덧 2년째 운영 중인 매장엔 엄마 손을 잡고 방문한 어린 아이부터 지긋한 노부부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발길이 이어진다.

플라스틱 병뚜껑을 업사이클링한 키링, 치약짜개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에는 자투리 천이나 문구류에서 나오는 종이로 만든 다이어리, 와인병·맥주병 등으로 만든 컵 등 다양성이 더해져 손님들의 호응도 괜찮다. 

지구에티켓의 정은해 대표는 “평소 어머니의 영향으로 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던 중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더 큰 관심이 생겼다”고 입을 뗐다. 

그는 직장을 떠나 본업으로 돌아갈지, 새로운 도전에 나설지 갈림길에 섰을 때 우연히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방문했고, 자신만의 무포장 가게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매장 운영 초창기에는 젊은 엄마들 위주로 특정 품목을 정해 마케팅을 펼쳤지만 요새는 전 연령이 사용할 수 있는 품목으로 구성을 확대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처음에 호기심으로 세제 리필을 해보다가 단골이 되신 할머니, 그 할머니의 심부름으로 방문했지만 아직은 민망한 듯 문 밖에서 서있던 할아버지 등이 인상 깊고 반갑다.  정 대표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환경보호를 실천하고자 하는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상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함을 느끼는 포인트”라며  “앞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가게들이 늘어나 지구가 건강해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연우•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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