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포츠 인재들... ‘국제무대 꿈’ 날개 달아줄 것”
“6년간의 국제스포츠 행정 경험이 저만의 경험에 그치지 않도록 구조적인 기반을 마련해 체육계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도록 힘쓰겠습니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대한민국 체육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부천 내동중 재학 당시 ‘탁구 신동’으로 불리며 일찍이 국가대표로 발탁돼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2008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등 유수의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탁구 황제’다. 은퇴 후에는 2014년 국가대표 팀 코치를 맡았고, 2016년 한국인 2호 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돼 스포츠 행정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자신이 체득한 국제 경험이 대한민국 체육계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도록 힘을 쏟겠다는 그는 “ 지금 시기야말로 스포츠가 중요한 힘을 발휘할 때”라고 확신했다. 세대 간, 계층 간, 사회와 국가를 하나로 잇는 힘 말이다.
■ 6년차 IOC 선수위원, 행정가 유승민
유승민 위원이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한 지 어느덧 6년이 경과했다. 지난 2016년 한국인 2호로 IOC 위원으로 선출된 그는 아사아인 최초로 IOC 선수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는 등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국제 스포츠 무대서 활약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2018 평창기념재단과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의 이사장을 맡으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아 국내 체육계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그는 6년간의 활동을 되짚어 보며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동안 열심히 활동했다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자 부지런히 노력했다. 다양한 국내외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데, 주위에 좋은 분들과 체육인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함께 시행착오를 겪고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배워가는 과정이다. 나를 비롯해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6년이라는 시간이 좋은 메시지로 다가왔으면 좋겠다”라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유 위원은 평소 스포츠를 통한 ‘소통’과 ‘화합’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그 결실이 된 평창동계올림픽은 그에게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됐다. 지난 2018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은 대회 개최 전부터 북한의 대회 참가 여부가 화두로 꼽혔다. 냉각기에 놓인 남북 관계 속 북한의 불참은 확실시 됐다. 하지만 ‘스포츠 정신’이라는 명목 하에 남북 당국은 계속된 협의를 이어갔고 결국 북한이 대회 참석을 선언하며 훈풍을 맞았다. 남북 관계의 해빙기와 함께 지구촌은 본격적인 평화와 화합의 장을 열었고 스포츠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의 평창이 알려졌다. 아울러 비인기 동계 종목들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바이애슬론, 스켈레톤, 봅슬레이, 컬링 등 종목은 열풍이 불어 국내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유 위원은 “스포츠가 왜 ‘화합’과 ‘결속’, ‘연대’의 대명사로 불리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영광의 순간이었다”며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유 위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해 일부 종목의 남북 단일팀이 구성으로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스포츠의 가치를 통해 평화를 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인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스포츠가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의 말도 덧붙였다. “스포츠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그 가치와 역할은 바뀌지 않습니다. 스포츠의 숭고함이 퇴색되면 안 됩니다. 활용 방안보다 ‘가치 전파’에 초점을 맞추고 고심해야 합니다.”
유 위원은 스포츠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눈 없는 나라의 동계스포츠’ 사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 4개국과 아프리카 10개국 등 눈이 내리지 않는 14개국 청소년 선수단 100여 명을 평창에 초청해 동계스포츠 종목을 체험하고 기초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 사업은 지난 5월30일부터 6월12일까지 1차 사업이 진행됐다. 유 위원은 “오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 더 다양한 국가가 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된 사업으로 올림픽 레가시 측면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이를 계기로 동계 스포츠를 더 많은 국가에서 즐기고 저변이 확대됐으면 한다. 나아가 프로그램을 경험한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과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그리고 두드림스포츠
오는 2024년 1월19일부터 2월1일까지 2주간 강원도 일원에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개최된다.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유 위원은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이 평창동계올림픽이 남겨 놓은 유산을 지속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위원은 “이번 대회에는 앞서 평창을 통해 스포츠인의 꿈을 키운 여러 나라의 ‘평창 키즈’들이 많이 참여할 것”이라며 “선수가 아니더라도 평창을 통해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다양한 직업을 꿈꾼 이들에게 그 바람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최적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대회인 만큼 경쟁이 아닌 화합과 교류, 교육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청소년들이 영감을 얻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큰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 위원의 활약은 국제 무대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국내에 비영리 법인을 만들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이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와 ‘두드림 스포츠’를 설립했다.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는 국제스포츠 정보를 분석하고 전문가를 꿈꾸는 미래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며, 국제스포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힘쓰는 단체다. 또한 인턴십, 국제스포츠 콘퍼런스, 청소년 스포츠 캠프 등을 통해 미래 인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축적시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인턴십을 수료한 3명의 인재가 스위스 로잔에 파견돼 기관 투어 및 기관장과 만남을 갖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유 위원은 “스포츠에서 파생된 직업이 많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꿈만 갖고 접근하면 안 된다. 정보를 통해 철저히 준비하고 경험을 쌓으며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국제스포츠 무대로 진출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좌절하는 인재들이 많다.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나의 경험을 구조적으로 전파하고자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두드림 스포츠는 사회공헌 기관이다. 재단에서는 은퇴 선수와 체육 전공자에게 강연, 연수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거나 다문화, 차상위, 장애인 등 체육 소외계층에게 체육을 장려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유 위원은 “스포츠를 통해 꿈을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두 기관에는 의아한 점이 있다. ‘유승민’이라는 이름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유 위원은 자신을 위한 재단이 아닌,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뜻이 모아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재단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기관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순간 프레임에 갇혀 기관 활동의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또한 자신이 없더라도 더욱 열정적인 인재가 뒤를 이어 재단을 이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체육인 유승민이 꿈꾸는 스포츠의 미래
끝으로 유 위원은 스포츠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존중’을 말했다. 스포츠는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이는 단순히 신체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힘든 순간 스포츠 스타를 보며 열광하고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며 희망과 용기를 얻는 것처럼 정신적으로도 인간을 건강하게 만든다”면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의원은 스포츠의 미래가 더욱 존중받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최소한 국가의 5대 아젠다 안에 스포츠 영역이 포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체육 활동을 접합니다. 하지만 경제, 안보, 사회, 교육 등에 비해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어요. 스포츠가 우선순위가 돼 구조적으로 확대되길 바랍니다. 스포츠는 세대간, 계층간, 사회와 국가를 하나로 잇는 힘이 있거든요. 이 힘으로 더욱 밝은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유승민 IOC위원은…
1982년 부천에서 태어난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내동중 시절 탁구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탁구 국가대표로서 참가했으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복식 금메달,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 등 거머쥐며 유수의 국제 대회를 통해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그는 201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정되며 스포츠 행정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2017년 대한탁구협회 이사를 맡다 2019년부터 제24대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경기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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