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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원옹 "원폭피해자 품어준 경기도에 감사를..."
정치 끝나지 않은 원폭피해자의 악몽

조병원옹 "원폭피해자 품어준 경기도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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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피해 어르신. 윤원규기자

“하늘에 계신 어머님과 형님께서도 원폭피해자를 따스히 안아준 경기도에 감사를 전하셨을 겁니다.”

세 살 무렵이던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참상으로부터 간신히 목숨을 건진 조병원 할아버지(80)는 77년간 가슴 한 켠에 묻어둔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연을 전하며 연신 경기도에 고마움을 전했다.

조병원옹은 일본에서 부모님 슬하 3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는데 원폭이 투하되던 당시 태어난 지 7개월 된 막냇동생과 함께 집안에 머물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원폭 투하로 집이 폭삭 주저앉았지만, 집 밖 복도에서 서로를 꼭 붙잡고 있던 형제는 그렇게 기적적으로 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집 밖에 있던 어머니와 다섯 살 형은 원자폭탄인 ‘리틀보이’가 내뿜은 방사능 낙진을 피하지 못했다. 즉사는 면해 고국으로 돌아오는 배편에 몸을 실었지만 결국 조옹의 형은 조국의 땅을 밟은 지 엿새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어머니는 원폭 후유증과 결핵을 시름시름 앓다가 한국전쟁 발발 이듬해인 1951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엄마 품이 그리웠을 첫째 형의 곁을 따라갔다.

당시를 회상하다 눈시울을 붉힌 조옹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겪은 충격으로 피폭 당시가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에 돌아와 어머니가 몸져누우셨던 모습은 생생히 기억한다”면서 “원폭으로 얼굴이 하얗게 그을린 어머니가 어린 동생을 안아주지도 못할 정도로 피폐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자신과 동생 역시 결핵 등 원인 모를 질환에 고통받아온 조옹은 최근 경기도의 위로와 관심에 다시금 힘을 내게 됐다. 경기도에서 올해부터 경기도에 거주하는 원폭피해자 1세대에게 매월 5만원씩(분기당 15만원)의 ‘원폭피해자 생활지원수당’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에서 받는 ‘원호수당’으론 병원치료비조차 감당하기 버거웠던 만큼 경기도가 지급한 수당은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조옹은 “경기도의 이번 행보는 남모를 고통에 눈물지은 우리 원폭피해자들을 포근히 안아준 의미있는 발걸음”이라면서 “경기도가 원폭피해자에게 지급한 생활지원수당이 전국으로 퍼져 원폭피해자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을 꽃피울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경기ON팀 = 이호준ㆍ최현호ㆍ이광희ㆍ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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