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회사원 같은 교사...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 줘야

한국 교사 행정 업무 시간 세계 1위
교육청 학교 회계 집행 실적 평가에 교원들 예산 사업 실적 채우기 급급 
각 부처 세분화된 성과중심사업 경감...‘교수-학습’ 오고 가는 교육 실현 가능

대한민국 교사의 행정 업무는 평균 6시간이다. 핀란드(1.3시간)의 4배, OECD 평균(2.9시간)의 2배로 단연 세계 1위(2018년 TALIS)를 장기 군림하고 있다.

경기 지역 A초등학교 업무 포털 생산, 접수 문서는 2019년 1만3천973건, 2021년 1만5천821건에 이른다. 클릭해서 봤다는 신호를 남기는 단순 반응 말고 통계와 보고가 필요한 적극적 반응을 해야 하는 공문까지 생각한다면 행정 업무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과도한 행정 업무는 행정력 낭비를 넘어 학교 갈등까지 만들어내곤 한다.

최근 교육청 공문의 맨 마지막 줄에 추가되는 문구를 보라. ‘학교의 실정에 맞게 민주적으로 협의...’ 교육청은 위 한 줄의 문구로 자신은 ‘권한’을 가져가고 학교엔 ‘책임’을 두고 탈출해 버린다. 이로 인해 학교 구성원 간 “누구의 업무인가?”를 주제로 한 승패 없는 핑퐁 게임은 매해 반복 되곤 한다.

■과도한 행정 업무로 인한 혼란들

학교의 업무는 교육과 행정 업무(교육행정, 일반행정)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업무는 법령에 의한 각종 매뉴얼, 지침, 공문 등에 의해 시행된다.

‘교과학습발달상황기록’ 해설서(기재요령)에는 ‘교과의 전 영역을 통합적으로 기술할 수 있도록 한다’로 기재돼 있다.

‘기술한다’라는 강제 조항이 아닌데 교육청의 생활기록부 연수에서 “모든 교과, 모든 영역을 다 기술해야 한다”고 전달한다.

교사들은 모든 교과에 전 영역을 추가 기재하느라 정신이 빠진다.

장애인복지법과 경기도교육청 조례 및 교육부 정책으로 매년 ‘장애인식 개선교육 실시 현황’을 교육청이 집계하고, 보건복지부 ‘실적관리시스템’에도 입력해야 한다.

교육청과 보건복지부는 결과 공유를 안하고 왜 교사에게 매년 이중 실적 보고의 수고로움을 더 하게 하는가?

일부 교육청에서 “학교 예산 집행률 92%가 안되면 내년 학교 예산 불이익, 행정실 직원 인사 패널티, 교장, 교감 인사 고과에 반영한다”는 엄포를 놓는다. 다음날 교직원은 돈 쓰는 방법을 회의하느라 난리가 난다.

뚜렷한 행정 업무인 CCTV관리, 불법 몰래카메라 진단 등은 업무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아 누가 해야 하는지를 두고 학교는 혼란스럽다.

차마 지면이 모자라 다 밝히지 못하는 과도하고 혼란스런 행정 업무(교육행정·일반행정)로 인해 학교는 아우성이다.

교육에 쏟아야 할 시간을 행정 업무가 빼앗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

■행정업무는 왜 줄어들지 않고 확대되는가

학교 교육의 대부분은 교사와 학생의 피드백(교수-학습)이 오고 가는 교실에서 이뤄진다. 공교롭게도 교실 피드백과는 무관하게 다수의 교육청 교육 공문 사업들은 병렬로 진행된다.

여기에 세밀한 행정 업무가 따라붙는다. 이러한 형식들이 오히려 교육을 짓누르고 학교를 더욱 힘들게 한다.

결국 행정 업무(교육행정·일반행정)의 폭발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교육청 각 과의 교육 사업들을 줄이는 것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매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 연구자들과 교육 관료들은 미래 지향적이며 필수 불가결한 교육 정책을 여러 가지 매뉴얼과 지침 등을 기준으로 학교 구성원들을 ‘졸(卒)’처럼 움직여서 교육 성과를 내려 한다. 성과를 위해 각 부처는 사업량을 더욱 세분화, 다양화, 수치화 시켜 다수의 공문을 생산하고 최종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으로 마무리 짓는다.

문서가 교육을 제대로 이끌 것이라는 과도한 믿음과 ‘지시와 명령’의 교육청 피라미드형 관료 조직은 성과 위주의 ‘탁상행정’을 낳는다. 탁상행정의 지도로 성장과 배움이 돼야 하는 ‘교수-학습’은 공문으로 남겨야 하는 ‘일거리’로 바뀌어 버린다.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업무 환경 마련이 우선돼야

각종 교육 관련 법령, 조례들을 모아보면 700개가 넘어간다. 여기에 기반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각종 교육계획·지침·매뉴얼·길라잡이 등을 합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이 중 많은 것들을 불태우고 없애야 한다.

최고의 PISA랭킹을 자랑하는 핀란드와 싱가포르는 각각 상위 20%, 상위 30%의 고등학교 졸업 인재가 초등 교원이 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상위 5%의 인재가 초등 교원이 된다.(Mckinsey report) 세계 최고의 능력을 가진 한국 교사를 교육이 아닌 공문 쓰고 행정 업무하는 관료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수-학습’이 일어나는 교실 환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무엇인가? 관치의 기제들을 태워서 행정 업무가 아닌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교사에게 마련해 주는 것! 이것이 첫 번째일 것이다.

공정욱(부천 원종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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