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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칼럼] 거꾸로 가는 지방재정 자립, 지방자치제 의미 퇴색
오피니언 정재철 칼럼

[정재철 칼럼] 거꾸로 가는 지방재정 자립, 지방자치제 의미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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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 실현의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실질적인 기반, 즉 풀뿌리민주주의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오랫동안 그 실시를 염원해왔다. 그랬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30년이 됐다. 지방자치제는 지역주민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그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공공서비스를 그들의 요구에 따라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을 고취함으로써 그들의 부담을 정당화할 수 있고 또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간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등 많은 이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치경제의 중앙집권내지 중앙집중은 우리 경제사회에 많은 폐해를 가져다줬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제에 거는 기대는 자못 컸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자지단체간 경제력 격차가 워낙 크고 그에 따라 재정력 격차도 몹시 커서 재정재원의 자주적 확보가 어려운 처지의 지방단체가 허다하다는 점에서 과연 지방자치제가 명실상부하게 실시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방단체의 재정자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명실상부한 자치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치제 실시 후 현시점에서 지방재정의 자립도가 어느 정도 향상됐는지를 살펴보자. 전국평균 재정자립도(순계)는 1997년 63%였는데 2021년에는 48.7%로 14.3%나 낮아졌다. 이 기간 중 특별시와 광역시(총계)는 89.4%에서 58.9%로 무려 30.5% 낮아졌고, 도는 42.5%에서 36.5%로, 시는 53.3%에서 32.3%로, 군은 21.2%에서 17.3%로, 자치구는 51.6%에서 28.5%로 근 1/2수준으로 각각 낮아져 재정자립도가 오히려 악화됐음을 볼 수 있다. 즉 자치제를 실시하고 난 후 재정자립도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게 악화됐음을 볼 수 있다. 또한 2021년의 경우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63곳이나 되고 이들 가운데는 군 단위가 51곳, 시 단위가 4곳, 자치구가 8곳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재정자립도가 31%미만이 173곳이나 된다. 경기도에서도 30%이하인 단체가 9개나 된다.

이같은 현상을 놓고 볼 때 기대가 컸던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허울만 자치제지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치제가 실시된 후에도 중앙정부의 재정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들의 재정재원을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중앙정부에 크게 의존해오고 있다. 자치단체의 재정자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첫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로 중앙에 편재돼 있고, 둘째, 지방재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 지방교부세율을 계속 19.24%로 묶어놓고 있으며, 셋째,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이 심하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2021년에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자치단체는 서울본청이 80.6%이고 세종시가 64.0%, 경기도 63.7%, 인천 56.1%, 울산 54.4로서 수도권 지역의 자치단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결국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대도시만이 풍부한 경제력을 뒷받침으로 해 그나마 높은 재정자립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기타 지역들은 중앙정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따라서 진정한 자치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역간 경제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도 과감한 대책(수도권 집중 억제 및 분산정책)이 필요하며, 국세 중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에 이양할 필요가 있고, 현행 지방교부세율 19.24%를 25% 또는 그 이상의 수준으로 높이도록 해야 하며, 지역개발과 공업분산화 정책을 위한 지방세 감면제도를 국세에서 감면해주는 제도로 바꿔야 할 것이다.

정재철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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