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21세기 문법] 시계제로 상황을 만든 경제기술동맹
오피니언 21세기 문법

[21세기 문법] 시계제로 상황을 만든 경제기술동맹

image

윤석열 정부의 실력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 지난달 [21세기 문법]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런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한 미국의 구상에 한국의 동참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으로 한국의 기업과 산업,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구조화되었다. 공동성명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경제기술을 안보 수단화시킨 경제기술동맹, 한미 동맹 내용의 글로벌화로 압축된다.

첫 번째 내용은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 사이에 이의가 없는 부분이다.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한 ‘핵 대 핵’ 구도, 그리고 일본이 그토록 바라던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동북아 대립진영 구도 만들기에 동참을 선언한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의 중요성 강조로 일각에서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의 진출 우려를 제기하는 배경이다. 바이든이 한국 방문을 삼성전자 공장 방문으로 시작했고, 정의선 면담으로 한국 일정을 마쳤듯이 바이든의 한국 방문 목적은 경제기술동맹의 구축과 공급망의 안정적 구축에 있다. 지난해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경제기술의 협력은 안보 영역이나 동맹 차원이 아니었던 반면, 윤석열-바이든 회담에서는 경제기술이 안보 영역으로 흡수된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기술을 안보 차원으로 바꾼 이번 ‘포괄적 전략동맹’을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뼈대로 만들기 위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포괄적 전략동맹의 글로벌화’에 해당한다. 문제는 경제기술을 안보의 수단으로 삼은 한미 경제기술동맹이나 이를 지역적, 국제적으로 구현시키려는 IPEF는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와 전기차, 디지털 경제생태계 구축 등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중국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번 한미 경제동맹의 의도를 중국 고립화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이유이다. 산업화에 뒤처졌던 중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선진국형 ‘디지털 경제생태계’를 추구했고, 이를 위해 선진국형 반도체 산업생태계 구축을 추진했다.

바이든 미국은 중국이 플랫폼 경제나 전기차 등 미래차에서 위협 대상이 되지 않도록 파운드리 강자인 TSMC와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인 삼성전자를 중국으로부터 단절시키고, 미국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메모리 반도체와 전기차의 미국 내 생산 확충이 필요하다. 한미 경제기술동맹이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국가에 대해 반도체나 배터리 등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심사나 수출 관리의 협력을 위해 국가안보실(NSC)에 경제안보대화를 포함하고,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복원 정상회의(Summit on Global Supply Chain Resilience)’와 장관회의 신설을 핵심 내용으로 담은 이유이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은 경제기술을 국가안보와 연결한 포괄적 전략동맹의 목표를 IPEF에 반영해 중국을 고립시키고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윤석열-바이든>표 포괄적 전략동맹이 ‘민주주의와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 증진, 부패 척결, 인권 증진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성격을 규정한 이유이다.

image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러한 목표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패권 유지에 방해가 되는 러시아 등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의 목표를 지역적,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있어서 ‘스스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한국을 미국이 ‘높이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인권 보호와 정보의 흐름을 보장하는) 개방된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육성하고, 개방·투명·보안이 확보되는 5G와 6G 개발 등을 위해 ‘디지털 권위주의(digital authoritarianism)’ 위협에 공동 대응을 천명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배격을 적시했다.

IPEF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미국으로서는 인도와 아세안의 참여를 만들어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인도와 아세안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 강요를 거부해왔고, 그 연장선에서 미·중의 균형을 추구해왔던 한국의 역할을 기대해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한 미국을 선택함으로써 한국에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한국의 참여가 거북할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의 성과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한 경제기술동맹으로 기업 경영 및 산업구조는 불확실성이 구조화됐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도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해외 수입 품목 중 거의 50%가 중국 의존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과 산업, 경제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됐다.

(미국 전략의 종속변수가 되기를 선택한) 윤석열 정부는 (현 시기 패권 충돌이 만들어내는) 마이너스(-) 섬 게임에서 대한민국을 ‘동북아의 우크라이나’로 만들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