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첫 출근이 시작됐다. 서울시민 1천만명의 출근과 맞물려 같은 시간대에 출근하는 대통령의 첫 출근길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글쎄 뭐 특별한 소감은 없습니다. 일해야죠”라고 당당하게 답변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대통령의 첫 출근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대통령의 출근길에 대해 서초에서 용산간 7㎞를 8분 소요해 출근했기에 우려했던 교통체증과 교통혼잡은 없었다는 우호적인 기사가 대부분의 언론사 메인기사로 등장했다. 심지어 ‘첫 출근 이상 無’라는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날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서울행정법원이 인용한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집회 허용에 대해서 언론들은 ‘시위몸살예고’, ‘주민들 날벼락’ 등 자극적인 언사를 마구 쏟아냈으며 13일에는 법원의 판결은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경찰이 집회를 금지했다는 사실만을 강조하고 교통혼잡의 책임이 마치 시민단체에게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며 물타기를 하는 듯 보였다. 대통령 탓의 정체는 문제가 없고 집회로 인한 정체는 이렇게 냉담하게 선택적으로 쓰는 언론의 기사가 불편해져 대통령의 출퇴근에 대해 시간적 관점에서의 기회비용으로 논평을 해보고자 한다.
과연 대통령 비서실과 언론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대통령의 출퇴근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비록 대통령 출퇴근에 소요된 시간은 8분이라 하더라도 이는 차량에 탑승해 하차하는데 소비되는 시간이 8분이라는 것이다. 출발 전·후 교통통제를 감안하고, 서울시민의 바쁜 아침시간이 8분의 통제로 인해 정체가 풀리는데 최소 30분 이상 더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청와대에 있었다면 날아가지 않을법한 서울시민 천만명의 시간이 기회비용으로 날아가는 셈인 것이다. 또한, 그 시간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힘든 학업으로 밤을 새며 공부하는 학생들의 등교시간과도 맞물려 있기에 학생시절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아침의 1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대통령 본인의 첫 출근 소감에서 말했듯이 대통령으로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민들의 출근과 등교의 불편을 야기하면서 시간을 빼앗아도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최소한 후보 시절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이 있다면 대통령 본인도 출퇴근을 몇 십년간 했던 직장인이었기에 충분히 상식으로 알 수 있었을 바, 청와대를 나와 본인의 준비되지 않은 집무실 이전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바쁜 아침시간을 빼앗은 점에 대해 사과를 먼저 했어야 했다.
대통령 출퇴근으로 인해 기회비용으로 빼앗은 것은 시민들의 시간만이 아니다. 출퇴근의 교통을 통제하기 위해 매일 동원되는 수많은 경찰들의 기회비용도 계산해 보라. 과연 이것이 언론들이 말하는 대로 단순 8분의 시간만으로 ‘첫 출근 이상 無’라 얘기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우리 모두 윤 대통령의 기치로 내놓은 공정과 상식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길 바란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정한 24시간이고 인간의 존엄에 있어 경중을 가릴 수 없기에, 대통령 한 명에게는 8분이지만 서울시민 천만명에게 8분의 시간을 매일 출퇴근의 기회비용으로 빼앗은 것으로만 계산해 보라. 윤석열 대통령은 준비되지 않은 청와대 이전으로 인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천만 서울시민의 8분 즉, 8천만분씩을 서울시민에게 빼앗은 것이다.
그렇기에 청와대를 나오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했어야 했다. 대안이 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다. 인간에게는 모두 공정한 24시간이기에 상식적 판단이 무엇인지 대통령에게 기대해 보겠다.
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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