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표류선박 실종 선장 가족...애끓는 마음 외면한 인천해경

“저도 배를 몹니다. 어디에서 사라졌는지만 알면 우리가 잠수부라도 사서 찾아보겠다는 그거 하납니다.”

지난 2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사라진 어선 선장(64)의 사위 A씨(51)는 사고 이후 인천해양경찰서의 대응에 분통이 터진다고 호소했다.

12일 인천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5시30분께 4.95t급 어선이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표류했고, 배 안에서 사라진 선장과 선원은 실종 10일째인 이날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

A씨는 사고 다음날 연락을 받고 백령도로 향해 현장에서 선박패스(V-PASS)시스템을 확인했다.

A씨는 “나도 선장으로 일을 하니까, V-PASS 기록을 봤더니 (당일 오후 1시55분께 출항한 뒤)1시간10분 정도 지나고 나서 배가 표류하는 것 같은 기록이 남아있더라”며 “그래서 표류하기 직전과 이후 시간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달라고 해경에 요청했다”고 했다.

사고 다음날 만난 인천해경 경찰들은 해당 영상 등이 보안자료라 외부 유출은 불가능하고, 대신 본 뒤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답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A씨는 “사고 다음날 와가지고는 진술조서를 써달라고 하고, 진정도 안된 상태인데도 꼭 받아야 한다고 해서 허망해하시는 어머니 조서까지 다 받을 수 있도록 해줬다”며 “그런데 조서 받아가고 난 다음부터 단 1번도 오지 않고,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작업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고 하니까, 그럼 언제부터 사람이 안보이는건지 그걸 좀 알려달라는 것”이라며 “그냥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고 싶다는 거다. 가족을 잃었는데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해경은 가족들이 요구하는 영상이 해군 소유의 영상이라 제공이 어려웠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해군에 가족들이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계속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계속해 해군과 조율해 가족들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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