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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아동의 그림자 같은 삶] 1.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사회 난민 아동의 그림자 같은 삶

[난민 아동의 그림자 같은 삶] 1.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경기도·인천에 2만4천여명 체류…아동은 960명 추정
2020년 기준 난민인정률 0.4%…출생등록 제도조차 없어
아파도 병원 못가고 보험 가입 못해 수학여행도 '그림의 떡'

스스로 원해서 난민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종교 때문에, 정치적 박해 때문에, 혹은 전쟁 때문에 떠밀리듯 모국을 떠나야했던 이들이 난민이다. 그 중에는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도 적지 않다. 난민이 무슨 말인지도 모를 그들은 오로지 부모만 의지한 채 낯선 땅에 발을 들였다. 적응도 벅찬데 뜻하지 않은 어려움도 감내해야 한다. 차별, 혐오, 편견 등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단어들을 온 몸으로 흡수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난민들이 살고 있다.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누적 난민인정자 수는 총 1천91명이다. 2020년 한 해에만 69명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 미얀마,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이란 등 국적도 다양했다.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3만명을 훌쩍 넘긴다. 그리고 그 속에는 그림자처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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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아동도 사람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국제사회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약속’이다. 2021년 1월 기준 196개국이 비준했고, 한국도 지난 1991년 이 협약에 가입하고 비준했다. 일찍부터 아동 인권에 한국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31년이 지나도록 출생등록 제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 중 약자인 난민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0.4%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24.8%에 크게 못 미친다. 난민 구제에 소극적인 우리 정부 입장에서 차마 난민아동의 상황까지 배려할 여유는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렇게 방치된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성유진 변호사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현 가족관계등록법으로는 외국 국적 아동의 출생신고가 힘들어 출생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며 “최소한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만이라도 출생 사실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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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 미만 아동’ 난민인정자의 33%

난민업무를 시작한 1994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난민인정신청 건수는 7만1천42건이다. 이 중 3만9천94건에 대한 난민인정심사가 완료됐고, 799건이 난민인정 결과를 얻었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1천917건, 불인정은 3만7천238건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난민인정신청 중 18~59세의 신청 건은 6만8천95건(95.9%), 18세 미만은 2천751건(3.9%)이다. 60세 이상은 196건(0.3%)이다. 특히 18세 미만 난민아동 중 0~4세는 1천493명, 5~17세는 1천258명이었다.

인도적체류자는 그보다 훨씬 적다. 2020년 기준 누적 인도적체류자는 2천370명이다. 이 가운데 18~59세는 1천867명(78.8%), 18세 미만은 486명(20.5%), 60세 이상은 17명(0.7%)이다. 18세 미만 난민아동 중 0~4세는 271명, 5~17세는 215명이다.

난민인정자로 범위를 좁히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현재까지 누적 난민인정자는 모두 1천91명으로, 이중 18~59세는 727명(66.6%), 18세 미만은 362명(33.2%), 60세 이상은 2명(0.2%)이다. 2020년 한 해에만 18세 미만 난민아동 36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은 아동 중 0~4세는 209명, 5~17세는 15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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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난민아동들을 둘러싼 벽

경기도와 인천에는 약 2만4천여명의 난민들이 체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난민신청자들이다. 난민신청자의 약 4%가 18세 미만이라고 가정한다면 960명의 난민아동이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연령대 분포는 정확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확인이 어려웠다.

수도권 내에서도 평택, 포천, 안산에 특히 난민이 많다. 이들 지역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다수 살고 있다는 특징과 더불어 비교적 풍부한 일자리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가 이점인 곳들이다. 다양한 외국인 커뮤니티도 형성돼 있어 크고 작은 도움도 기대할 수 있다.

부모를 따라 한국의 낯선 동네까지 온 난민아동들도 이같은 지역적 이점에 기대어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록 생김새는 달라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쓰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어도 우리 사회와 법이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당장 비싼 어린이집 비용부터 감당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한국 가정이 받는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비싼 보육료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학교에 들어가도 보험에 들 수 없어 수학여행을 못 간다거나, 열심히 태권도를 배워도 국기원에 갈 수 없다. 가장 심각한 건 아파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원에 맘 놓고 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안산시 글로벌청소년센터 이승미 센터장은 “현재 안산에만 약 100여명의 난민아동들이 있는데 대부분 국내에서 출생했다. 일부는 입국 당시에 데리고 온 경우도 있다”며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하지만 한국인은 아니다. 주민등록번호도 없어 난민에게 주는 외국인번호를 부여받았다. 그러다보니 난민아동들에게는 곳곳이 벽이다. 우리가 아무리 지원해준다 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장영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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