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경제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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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뛰면서 10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6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유럽의 경우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 2월 5.9%보다 상승세가 더욱 가파라졌다. 미국도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9%를 기록하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처럼 치솟는 물가가 코로나19 신종 변이 출몰,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세계 각국은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했다. 미국은 다음달부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하며 강력한 통화긴축 정책을 시사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역시 유로존 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단 의견에 힘이 실리며 매파적 기조가 강조되고 있다.

미국과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우리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외국인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벌써부터 올해 말 기준금리 2%대,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8%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연초부터 오름세에 있는 환율도 부담스럽다.

대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고전적 방법은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부동산을 비롯해 금, 곡물, 에너지와 같이 형체가 있는 자산에 투자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을 헤지(회피)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내 집을 산 소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들)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비용은 대폭 증가하는 한편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는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미처 집을 장만하지 못한 무주택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현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인플레이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 섣부른 투자는 오히려 더 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엔 무리한 대출은 절대 금물이다.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경우 실물형 ETF도 나쁘지 않다. 주식투자는 가치주냐, 성장주냐 논란이 있긴 하지만 대형주 위주의 투자가 안전하다. 달러가 강세인 상황에선 외국자본 이탈과 환차익을 고려할 때 동학개미보단 서학개미가 유리하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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