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와 공약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윤석열 당선인이 내세운 미래의 약속들을 지키기 위한 실천과 노력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에서 교육 정책은 매우 핵심적인 의제였지만, 크게 이슈화 되지 못했다. 다만 ‘대학입시의 공정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수학능력시험을 중심으로 하는 정시 확대를 주장한 것은 우려가 크다.
■ 지식정보산업 시대의 정시 확대론
정시 확대는 학생중심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 정상화 등 다양한 가치와 비전을 품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중심 체제를 근거 없이 훼손한다. 공정을 최상의 가치처럼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 개인의 특성과 능력을 무시하고 지식습득과 문제풀이라는 방법으로 학생을 한 줄 세워 선발하자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한 인간의 다양한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교육 과정에서의 배경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개별화 교육의 가치를 보지 못하게 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하고 교육의 성과까지 공동체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보편적 가치와도 멀어지게 한다.
■ 왜곡된 ‘공정’
오늘날 어떻게, 왜곡된 ‘공정’이 교육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가 되어 우리 교육현장을 뒤덮었을까? 대한민국 역대 정부는 교육에서 발생하는 과잉경쟁과 불평등 문제를 항상 대입 제도를 쥐고 흔드는 형식으로 대처해왔다. 그로 인해 교육 주체들 역시 대입제도에 매몰된 사고를 하고 있었다. ‘공정한 정시’라는 담론은 지난해 우리 사회 능력주의 담론의 폭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 미래형 평가선발 체제를 위한 제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학습자의 성장과정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체제다. 학습자가 취득하고 있는 내신 교과 등급과 교사의 관찰평가 기록이 대학에 제공된다. 학습자들이 고등학교 3년간 어떻게 탐구하고 실천하며, 경험으로부터 지식과 역량을 뽑아내었는지를 평가한다.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문제풀이식 일제평가로 얻어낼 수 있는 학습자의 능력 지표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가정적 사회적 환경이 학종에 영향을 준다며 수능보다 공정하지 못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편향적이다. 수능 중심 체제 역시 고가의 사교육 및 특정 학군을 중심으로 부유층이 몰리는 등 불공정의 많은 사례가 관찰돼 왔다.
반면 10년 이상 지속된 혁신교육 운동의 성과로 학종에서의 다면평가 체제는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의 특성화 및 각종 교육사업을 통해 학습자에게 역량 중심, 경험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고 높은 실행역량과 문화적 교양을 일굴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교육 당국은 지속적으로 개인의 주변 환경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입 반영영역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각 대학은 정성적 평가인 특기사항 기재내역에 대한 평가방안을 향상시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 수능 이원화 제안
수능은 변별력을 중시하기에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우선, 국영수와 같은 기본 교과는 절대평가로 해 수시 시행함으로써 학습자들의 부담을 경감하고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는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또 문제 은행식으로 출제해 난이도를 균일화함으로써 ‘불수능’과 ‘물수능’ 등 해마다 난이도가 출렁이는 것을 예방한다. 평가 자체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높여야 재수생을 막고, 반수생으로 인해 발생되는 대학 공동화도 피할 수 있다.
수능 선택 과목은 영국의 학력인증제도인 A레벨 테스트처럼 다양한 인증기관에서 평가를 운영하고 학습자가 기관을 택해 응시하도록 해야 한다. 기관별로 서로 다른 국영수 교과의 심화 과목(고전독해, 심화영어독해, 고등수학 등) 및 전공연계 진로선택과목의 평가를 개발한다. 학습자들은 대학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상에 부합하는 다양한 지표를 확실하게 알 수 있고, 고등학교 재학 기간 동안 준비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 공정의 과거, 미래의 교육
올바르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평가하기 위해 수능은 주관식, 서술식, 논술식, 면접식으로 다양화한다. 객관식 문항 지필평가의 유일한 장점은 많은 학생들을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줄 세우는 것이다. 교육예산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났고 학생 수는 날로 줄어서 현재와 같은 객관식 문제풀이 중심 체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학력평가기관을 다양하게 만들고, 교직 경력자들이 함께 주관식과 논서술식 문항 평가를 개발한다면, 효과적으로 교육자원을 활용하며 목적에 부합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목적별 다양한 평가기관에서 학생들의 진로 및 유학 지원도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올린 공대가 학생중심 교육과정 혁신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국내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해 서울대가 학생설계전공을 만드는 등 교육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래’라는 구호는 한결 같이 광장에 울려퍼지지만, ‘공정’ 하나를 명분으로 한 수능 중심의 평가 회귀가 과연 미래일까? 학생 개인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미래 사회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역량을 성숙시키는 것이 미래교육이다. 변별력이나 학벌이 아니고 말이다.
곧 인수위원회를 거쳐 임기를 시작할 터. 정부의 우산 아래 교육계, 그리고 현장의 교육주체,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을 때다.
김영득 의정부 상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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