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뉴스를 핫하게 달구는 용어가 있다. 바로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다. 스테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인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지속적 물가상승의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보통 호황 때는 인플레이션이, 불황 때는 지속적 물가하락의 디플레이션(deflation)이 발생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물가마저 오르게 되는 상황으로 ‘케인즈혁명’이라고 불리며 그 당시 잘나가던 거시경제학을 한 번에 종식시키며 하이에크를 세계최고의 석학 자리에 올려놓고 노벨경제학상까지 받게 만들어 준 바로 그 경제괴물의 끝판왕 개념이 스테그플레이션이다. 하지만 하이에크조차도 명확한 스테그플레이션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전 세계 모든 경제학자는 이 괴물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러한 괴물의 징조가 국내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징후로 한국석유공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 7일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62.3% 급등했다고 발표했으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제 대상에 에너지 거래가 포함 될 경우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물가상승의 압력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이를 대변하듯 얼마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스테그플레이션의 초기 징후가 감지되는 바 충분한 손실보상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한다고 주문했다”고 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의 말뜻을 살펴보면 스테그플레이션의 해답이 없는 것은 고사하더라도 손실보상과 재정건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사실상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손실보상의 측면에서 본다면 코로나19에 대한 소상공인 지원으로 50조원 손실보상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부터 약속했다. 결국 50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은 국민들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세금의 감면을 약속했던 정부이기 때문에 세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 아무리 다른 복지비용을 축소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체예산의 약 8%나 되는 50조원이나 되는 비용을 감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국채발행 밖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국가채무비율이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7.3%로 이미 전문가들의 우려수준인 40%를 넘어선 상황이기에 국채 발행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재정건정성은 당연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국채를 늘려간다면 선심성 복지와 지원을 늘리려는 시도로 국채가 증가했다고 문재인 정권을 정권 내내 공격했던 본인들의 말에 모순이 된다. 이것이 안 위원장의 손실보상과 재정건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말은 서로가 모순되는 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대안이 없는 공약을 실천으로 옮기려다 보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준비 부족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지원은 허울뿐인 지원이고, 50조원이나 되는 국채를 통해 재정건정성은 더욱 나빠지게 돼 두 마리 토끼를 둘 다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또한, 이러한 지원으로 스테그플레이션을 극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준비부족의 공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할까 걱정이 된다.
공약은 지킬 수 있을 때 빛을 발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차기정부가 선거를 위해 공약한 정책에 본인들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윤준영 한세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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