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교육은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선택

공교육, 모두에게 가능성 부여하는 ‘공유재’돼야
미래사회 불안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품게 해야

인간에게 교육은 본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결핍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배움을 향한 욕구는 식욕, 수면욕과 유사한 일상적이고도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그리고 다른 욕구를 안전하게 충족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저것은 먹으면 위험하다, 이곳에서 잠들면 죽는다’ 등 살아가기 위해 인간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 있었다. 당장에도 필요했고, 세대를 거듭하며 전달하기도 했을, 삶의 지식과 지혜들이 존재해 왔다. 사적 영역에서 시작한 배움으로 인간은 역사를 만들어 왔다.

열심히 사냥 기술을 익힌 이가 더 안전하게 자신의 가족을 건사하고, 자연의 이치를 먼저 깨달은 이가 더 풍요로운 땅을 차지하고 결국에는 국가를 세워 통치자가 되었다. 논리상으로 틀린 게 없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학교 공부에 충실한 학생이 우수한 성적을 얻고 명문 대학을 나오고, 연봉이 높은 직장에 취업하고,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지위를 차지하여 경제적으로 안전한 삶을 산다는 논리는 어떤가?

애초부터 배움은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능적인 선택이었다. 모두가 넉넉하게 가질 수 없는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고, 먼저 쟁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잠재의식이 인간의 무의식에 깊게 자리하며 ‘교육’이 되고, ‘역사’가 되었다. 교육은 사적 영역에서 더 견고했다. 고차원적 교육 영역은 소수의 특정 집단에서만 세습되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왜 교육을 사적으로 다루는 것에 불편해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공교육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며, 미래교육이 담아나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 공교육의 체제도 교육의 사유화, 수단화를 공고히 해왔다

공교육 체제는 대부분 국가 단위로 이뤄져 왔다. 국가는 그 나라의 사회와 경제를 지속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자원으로서 인간을 바라보고, 그러한 인적자원을 키우고 골라내기 위한 시스템으로서의 공교육의 기능에 집중해 왔다. 그러다보니 경쟁을 통해 인간을 단련시켜왔고, 경쟁에서 이긴 자를 인정하는 보상기재가 작동했다. 또 다양한 보상으로 인간을 사회 시스템에 복종시켜왔다. 자연스럽게 ‘교육’이라는 기재를 통해 개인의 욕구와 사회적 욕구가 일치하게끔 만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의 사유화, 수단화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왔는가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인간의 관계성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직·간접적 관계성에 기초해 삶을 살아간다. 한 인간은 개인과 타자들, 개인과 조직, 개인과 사회적 산출물, 그리고 개인과 자연 등과 그물망처럼 얽힌 유기적 존재이다. 개인과 타자들과의 관계는 사회 조직 안에서 이뤄지고 사회 산출물을 나누는 과정을 동반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과의 단선적인 관계에서 충족되던 욕구가 복잡해진다. 복수의 중층적이며 동시다발적인 관계성은 개인을 온전히 개인으로 살아갈 수 없게 한다. 타인과의 공동 노력으로 얻은 산출물도 개인화하기 때문이다. 개인 앞으로 당겨온 줄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누군가는 짧아지는 사회 산출물 나누기 공식이 작동하면서 교육은 강하게 사유화됐다. 교육의 결과 얻어진 산출물 소유에 대한 강한 정당성이 사회적으로 부여됐고, 교육은 공공의 영역에서 사유화의 유혹에 빠졌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시작점이다. 자력(磁力)을 가진 정당성은 자연스레 동질 집단을 구성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강화시키는 사회적 체제를 만들고 다음 세대에 넘겨주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게 됐다. 어떤 관계는 강하게 유지하고, 어떤 관계는 끊어내는 적절한 조절 속에서 자신의 안전을 담보하고자 했다. 그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안전의 욕구는 나와 다른 타자를 심리적으로 분리시켰으며, 그로 인해 사회는 틈이 벌어지고, 그 틈 사이에 벽을 세우고 견고하게 서로를 분리시켜 왔다.

■ 공교육이 공동의 상상과 실천 영역(공유)일 때 미래교육을 말할 수 있다

공교육을 사적 영역으로 여기는 것은 이미 과거이며, 교육은 사적인 영역을 넘어섰다. 더 이상 공교육을 통해 얻어진 성과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공교육이 추구하는 비전은 개인의 성공 스토리로 그려지면 안 된다. 공교육은 사회 일부 구성원이 아닌 대다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자 모두에게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는 공유재가 돼야 한다. 적어도 내 앞의 실을 힘껏 당겼을 때 누군가의 실이 당겨져 그의 삶을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 모두가 각자의 방향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동의 상상과 실천의 영역이어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이 그간 무엇을 위한 수단이었는지, 그래서 어떠한 프로세스로 교육의 사유화를 조장하고 면죄부를 주어왔는지 뼈아프게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성찰의 결과를 앞으로의 교육 비전으로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교육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말할 수 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안전 욕구에서 출발했다. 사회적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개인이 자신과 가족, 후대까지 염려하며 닥치는 대로 사유화하는 과정은 집단적인 불행에 가깝다. 불안 위에 미래를 세울 수는 없다. 미래사회를 불확실한 상태로 규정하고 두려워해야 할 이유도 없다. 우리 사회가 함께 미래를 상상하며, 다 함께 미래를 대비하고 만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를 모으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교육이다. 그렇게 할 때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는 보편적 공교육이 미래사회의 불안을 공동체의 힘으로 안전하게 바꾸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공유 영역이 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공교육의 ‘공유’ 담론을 시작으로 미래교육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 이후 이어지는 칼럼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미래학교, 고교학점제, 학교자치, 입시제도 개편안 등은 교육의 공유 관점에서 다뤄질 것이다. 본 칼럼을 시작으로 미래교육을 향한 학교 현장의 간절한 바람을 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교육에 기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남혜정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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