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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법] 우크라이나 비극 : 국가의 힘과 대통령의 조건
오피니언 21세기 문법

[21세기 문법] 우크라이나 비극 : 국가의 힘과 대통령의 조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는 ‘평화가 경제’라는 입장과 ‘힘을 통한 평화의 유지’ 입장이 충돌한다. 그런데 전자가 힘의 중요성을 외면한 적도 없는데 ‘평화가 경제’는 ‘힘이 없는 평화’라는 딱지를 붙인다. 실제로 전자의 견해를 대변하는 민주당 정부에서 국방비 예산이나 방위력 개선비 증가율 모두 더 높았다. 그 결과 현재 군사력도 전 세계 6위까지 올라갔다. 안보는 국가공동체의 (잠재적) 리스크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일이다. 국가의 힘을 키우는 것에 표면상 이견은 없다.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어떤 방식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만들어 내는가를 둘러싸고 지혜의 경쟁만이 있어야 한다. 국가안보의 초당적 대응을 얘기하는 배경이다.

초당적 대응이라도 최종 결정권자인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리더는 안보위기 관리역량과 더불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또한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비극은 국가의 힘과 더불어 리더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 비극은 무엇보다 외부개입을 불러들인 내부 분열이 화근의 시작이었다. 국민통합은 정치의 문제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비극은 정치실패의 결과물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국민통합의 중요성이 부각하며, 유사한 지정학적 조건을 갖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2차 법정토론에서 정치개혁이 주요 이슈로 부상한 배경이다. 통합정치는 소외되는 국민을 최소화시키는 문제라는 점에서 민주주의 강화를 의미한다. 양당제를 다당제로 바꾸고, 여야정 정책협력과 국가안보의 초당적 대응의 제도화가 수면으로 부상한 배경이다.

국민통합과 더불어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소프트파워의 확보다. 지정학적 중간국의 경우 외교적 자율성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비슷한 처지의 많은 국가 간 연대를 주도할 힘이 소프트파워다. 소프트파워의 원천은 문화와 가치, 국제정책 등이다. 다행히 최근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주목을 받고 있고, 그 원천으로 활기차고 성공적인 민주주의 창출이 지적되고 있다. 경제적 성공과 더불어 민주주의가 K-문화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주지하듯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대한민국을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선정하였다.

이는 우연이 아닐 뿐 아니라 정치인들은 이를 한국 소프트파워의 분기점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팬데믹은 개도국에 1차 타격과 더불어 백신 불평등으로 2차 타격까지 입혔다. 그런데 팬데믹 위기의 와중에 새로운 방역 문법을 만들어낸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고, (모두가 자유로워지기 전에 엔데믹은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의 자유’(2020년 5월 73차 WHO 초청 연설)에 개도국은 공감을 보냈다. 여기에 미중 간 패권 경쟁에서 미국은 (백신 공급을 매개로 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해야 했고,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역부족이었기에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대한 합의가 나왔고, 그 연장선에서 지난해 6월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가 UN 역사상 처음으로 선진국으로 변경된 것이었다.

당시 지위 변경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 개도국 그룹이었는데, 선진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개도국으로서는,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인 백신 확보와 관련하여, 한국이 자신들의 염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개도국들의 염원은 단순히 백신을 분배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백신 자급화를 위해 백신․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교육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허브가 필요했다. 한국의 WHO 인력양성 허브 선정은 네 가지 주요 의미가 있다. 첫째, 개도국은 선진국에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요구해왔는데 한국이 처음으로 물고기 잡는 법을 지원하는 선진국으로 나선 것이다. 둘째, 세계 최대 당면과제인 팬데믹을 해결하려면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고 글로벌 보건의료 안전망을 갖춰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한국이 주도함으로써 한국의 위상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셋째, 한국이 바이오산업 선도국으로 점프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오늘날 주요 혁신이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에 참여한 세계 청년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은 한국이 바이오산업의 선도국으로 부상하는데 ‘핵심 자산’의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기존 선진국이 전후 (의식의 식민화를 통해) 자신이 지배한 국가의 엘리트 구축을 시도한 것과 달리 대한민국은 홍익의 관점에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상대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멋진(cool) 나라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것이다. 이렇게 구축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는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한 K-문화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안보에 중요한 국가 간 연대의 핵심인 소프트파워는 K-문화와 더불어 민주주의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고, 통합정치 역시 민주주의 확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신념은 차기 대한민국 대통령의 제1 요건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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