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한일(閑日)>
고향과 시골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박상옥의 <한일(閑日)>이다. 박상옥은 한국적인 소재를 인상파적 기법으로 다룬 화가로 종로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추억을 전쟁 직후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화폭에 담았다.
<한일>은 1954년에 국내 미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었던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으로 박상옥의 화가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해준 작품이다. 얼굴의 세부묘사를 생략하고 형태를 단순화하여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거의 없이 순간을 포착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표현을 통하여 토속적이며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한일>은 짜임새 있는 구성이 눈에 띈다. 배경의 가장자리를 둘러싼 담장과 하단의 그림자로 사각형의 배경을 구성해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중앙의 하얀 토끼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둥글게 원형으로 배치하여 보는 사람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화면에 집중하게 하며 아이들과 동물이 어울리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배경의 나무, 돌을 넣어 쌓은 담장, 기와, 지붕 등을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는 방식으로 질감의 차이를 꼼꼼하게 표현하고 있다. 색채도 그의 이전 작품들보다 강하고 선명한 색채를 사용하였고 볼륨감을 주어 형태들이 명확하고 중량감을 느끼게 한다.
박상옥은 그림을 그릴 때 사실 그대로가 아닌 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대상을 선택해 상황을 연출했다. 이 작품에도 그러한 점이 잘 드러난다. 대문 앞에 붙어 있는 ‘입춘대길’이라는 봄을 맞이하는 문구와 팔짱을 낀 아이의 자세에서 쌀쌀한 이른 봄임을 알 수 있다. 그와 달리 아이를 업은 소녀는 맨발이며 업혀 있는 아기는 민소매 옷을 입고 있어 여름의 의상임을 알 수 있어 이러한 점이 잘 나타나고 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