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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
오피니언 윤준영 칼럼

[윤준영 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라는 말이다. 사회지도층이라면 법률에 나와 있지 않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행하지 않을 때에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비난을 받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분명 자본주의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임에 틀림없다.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스미스(Adam Smith)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자유로운 시장만이 개인과 국가를 부자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한 자유로운 개인의 이익추구라는 이기심이 결국 부의 원천이고 이를 통해 개인과 국가가 모두 성장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으면서 아담스미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은 기업이고 이러한 기업의 가치는 주가로 결정된다. 그리하여 현재의 주식시장을 아담스미스의 주장에 대입해 보면 돈을 벌고자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기심이 집약적으로 집중돼 자유롭게 개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말 그대로 자본주의의 ‘끝판왕’인 셈이다. 주식을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하루 종일 움직이는 숫자놀음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환호를, 반대로 누군가는 눈물을 머금는다.

그렇다면 주식시장도 아담스미스의 주장대로 위법하지 않다면 자유롭게 본인의 이기심을 발휘해서 이익만 추구하면 되는 것일까? 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 사태를 한번 보자. 호재라고 생각되어 대대적으로 기업홍보를 하던 코스피 200지수에 편입된 당일 다수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주식을 팔아치운 것은 아마도 주식시장이 생긴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특히 부정적인 장중 여론을 의식해 시간외 대량매매로 팔아치운 것을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경영진 개인들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한 일이며 어떠한 불법적 요소는 없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한 나비효과는 기업전체에 악영향을 줬고, 특히 기업을 믿고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은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기업의 경영진도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개인이기에 위법하지 않게 본인의 이익을 추구했다 하더라도 과연 이러한 행동은 정당한 것일까?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문제지만 이른바 고래라고 불리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개인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만약 민간인이었다면 그냥 묻혔겠지만, 최근 모 대통령후보 배우자가 주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과연 이것이 위법, 부당한 일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국민(개미)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특정집단(고래)들과 과거 행한 일이 과연 정당하고 문제가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고,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인간은 무한경쟁의 경제 활동을 통해 삶을 영위해 나가기에 우리의 경제시스템은 마치 정글과 같다고도 혹자는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사나운 정글 같다 하더라도 정글의 맹수도 힘이 있다 하여 아무 때나 함부로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라. 법률이 없는 사회는 문명화가 되지 않은 사회이지만, 도덕심이 없는 사회는 동물의 사회와 같다. 우리 스스로를 동물로 만들지 말자.

윤준영 한세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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