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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경기] 특례시 승격 발목 잡은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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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경기] 특례시 승격 발목 잡은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

난개발 막으려다 ‘도시발전 족쇄’… 시민 ‘脫성남’ 부채질

인구 100만명 이상인 수원, 용인, 고양시가 지난 13일 특례시로 승격됐다. 이 지자체들은 각 시청사와 관내에 특례시 출범을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반면 성남시는 특례시 조건의 인구 100만명 기준을 반대하고, 행정수요 인구를 반영해달라는 등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특례시 승격에 실패했다. 더욱이 성남시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묶인 개발규제로 성남 외곽지역 발전 저해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남시 특례시 승격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 주민들이 도시계획조례에 반발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거리에 걸려 있다. 진명갑기자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 주민들이 도시계획조례에 반발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거리에 걸려 있다. 진명갑기자

■ 100만 인구에서 멀어지는 성남시

성남시의 특례시 승격 실패 원인은 인구 100만명을 달성하지 못해서다. 100만 인구를 달성할 경우 특례시 자격을 준다. 하지만 성남시의 현실은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해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성남시 인구는 93만948명을 기록했다. 특례시가 된 수원(118만명), 용인(107만명), 고양시(107만명)는 모두 인구 100만명이 넘는다. 성남시의 인구는 지난 2010년 98만190명을 기록한 뒤 지속 감소하고 있다. 특례시 기준에서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인구 감소 통계와는 역설적으로 성남시 소재 사업체 수는 지난 2010년 5만923개에서 지난 2019년 기준 6만6천333개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관할 내 사업체 종사자 수 역시 지난 2010년 31만658명에서 지난 2019년 기준 46만7천627명으로 늘어났다. 성남시도 행정수요 인구를 25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낮에는 유동인구가 높고, 밤에는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는 전형적인 도심 야간 공동화 현상이다. 도심 공동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도심 내 노후화된 주택의 수요를 맞추지 못해 발생한다. 또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비교적 저렴한 주거지역을 찾아 전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지난 2000년대 초반 판교를 시작으로 위례, 대장동 등 대규모 사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사업으로 성남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높아졌고, 기존 지역 인구들을 수용할 만큼의 외곽 지역 개발이 늦어졌다. 외곽 지역 개발 저해에 원인으로는 난개발방지를 차원으로 제정된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가 지적된다.

 

■ 성남시에 채워진 족쇄 ‘도시계획 조례 제22조’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는 자연환경의 보존 및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하여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이 조례 탓에 성남 외곽지역에 단독주택 하나도 짓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 제22조는 건축허가 시 도로, 상수도 외에 하수도까지 기반시설을 모두 갖추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수도의 경우 개인 하수처리시설도 인정되지 않고, 공공하수도만을 지정하고 있다. 결국 공공 기반시설이 열악한 성남 외곽지역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 건축허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현재 상황에 맞게 조례가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조례의 제22조는 난개발방지를 위해 지난 2001년 본격 강화됐다. 판교신도시 조성에 따라 시세차익을 노린 난개발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개발규제는 외곽지역이었던 판교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나서도 지금껏 해당 조례는 수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판교신도시는 지난 2009년 준공됐으며, 2010년부터 다수 기업이 입주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성남시의 인구 감소 시작된 시점과 겹친다.

곽정근 전 동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주변 용인과는 대조적인 도시관리와 도시계획조례는 인구 98만까지 갔던 성남시가 퇴보하는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성남시 외곽 지역은 쓰러져 가는 집을 고치려 해도 조례에 묶여 보수조차 할 수 없어 지금도 나무보일러로 겨울철을 보내고 있다. 사진 우측상단은 석운동에서 60년째 거주 중인 성범용씨가 겨울철을 나기 위해 난방으로 나무보일러를 때고 있다. 진명갑기자
성남시 외곽 지역은 쓰러져 가는 집을 고치려 해도 조례에 묶여 보수조차 할 수 없어 지금도 나무보일러로 겨울철을 보내고 있다. 사진 우측상단은 석운동에서 60년째 거주 중인 성범용씨가 겨울철을 나기 위해 난방으로 나무보일러를 때고 있다. 진명갑기자

■ 보수하면 ‘불법주택’ 석운동 주민 노후주택 호소

“지은 지 60년이 넘어 보수공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24일 분당구 석운동에서 만난 주민 성범용씨(67)의 하소연이다. 성씨의 집은 지난 1960년대에 아버지가 지은 집이다. 평생을 이곳에 살아 집 곳곳에는 그와 부모님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베여 있다. 그가 이 집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의 집은 노후화돼 벽면 곳곳에는 10㎝ 이상의 금이 간 곳이 많았고, 얇은 벽 때문에 겨울철 한기를 막기 위해 창문에는 종이 박스를 붙여 가렸다. 방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주변 지역발전이 더딘 탓에 도시가스마저 설치되지 않아 나무보일러로 난방과 온수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할 때 쓰는 연료는 여전히 LP 가스통을 배달해 사용하고 있다.

성씨도 집 보수를 위해 개축을 알아봤지만, 도시계획 조례 문제에 부딪혔다. 성씨의 집은 오래전 지어져 개인 정화시설을 사용 중이다. 개축 시 관할 구청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도시계획 조례 제22조에 따라 공공하수도관 설치 선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남시의 경우 공공하수도관 매설이 시유지·국공유지 밑으로만 가능해 성씨의 경우 사실상 설치가 불가능하다. 공공하수도관을 설치할 수 없어 성씨의 집은 개축 시 불법건축물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성씨는 “이미 오래전 지어진 집이라 보수가 필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 개발을 할 목적도 아닌데, 집을 고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사방에 건물들이 즐비하지만 해당 부지는 국공유지 도로가 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공하수도 인입 불허로 건축행위를 못해 잡목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판교 신도시 운중동). 독자 제공
사방에 건물들이 즐비하지만 해당 부지는 국공유지 도로가 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공하수도 인입 불허로 건축행위를 못해 잡목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판교 신도시 운중동). 독자 제공

 

■ 이중삼중 겹규제 성남시 공공하수도 업무처리 지침

도시계획 조례 제22조 외에 성남시는 ‘공공하수도 업무처리 지침’을 마련, 또 하나의 건축 규제를 하고 있다.

윤명수씨(68)는 판교신도시 바로 옆 분당구 운중동 부지에 1층짜리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공공하수도 매설을 위해 타인의 부지를 거쳐야 했다. 이에 윤씨는 인근 토지 소유자의 토지사용 동의를 얻어 자부담으로 공공하수도관을 매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성남시는 “지침상 국공유지·시유지, 공공도로 이외에는 공공하수도관을 매설할 수 없다”고 불허처분했다. 사유지에 공공하수도 매설 시, 추후 파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지자 불분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위법인 하수도법 제29조에 따르면 배수설비 설치를 위해 타인의 토지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이해관계인과 협의토록 규정하고 있다.

 

■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 위법 가능성도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 자체에 대한 위반 문제도 있다. 지난 2016년 해당 조례와 관련해 시민과 수정구청의 법정공방도 있었다.

시민 A씨는 수정구에 소유한 근린생활시설을 증축하기로 했으나, 공공하수도가 아닌 개인 하수처리시설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수정구청으로부터 증축 불허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해당 증축 불허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는 수정구청이 승소했으나, A씨가 이를 항소하면서 2심인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1심판결 취소 승소를 받았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하수도는 (상위법인) 하수도법 정의 규정에 따라 하수와 분뇨를 유출 또는 처리하기 위해 설치되는 하수관로·공공하수처리시설·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하수저류시설·분료처리시설·배수설비·개인 하수처리시설 그 밖의 공작물·시설의 총체를 가리킨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개인 하수처리시설을 하수도로 인정했다.

이후 수정구청은 해당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을 내렸다.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심리 없이 기각을 내린 것이다.

안광림 시의원은 해당 판결에 대해 “성남시는 각종 소송에서 패소하고 있었다. 정확히 도시계획조례 22조 불합리에 대해서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문제점이 제기되자 성남시의회도 조례개정을 위해 나섰다. 사진은 지난 19일 열린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가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위해 논의 중인 모습. 성남시의회 제공
각종 문제점이 제기되자 성남시의회도 조례개정을 위해 나섰다. 사진은 지난 19일 열린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가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위해 논의 중인 모습. 성남시의회 제공

 

■ 성남시의회, 도시계획 조례 수정 공감대 형성

한선미 성남시의회 시의원은 지난해 12월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다. 도로·상수도·하수도가 설치되지 아니한 지역에 대해 도시계획위원 회의 자문을 통해 건축 제한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해당 조례는 지난 19일 열린 제270회 임시회 도시건설위원회로부터 보류판정을 받았지만, 여야 의원들과 성남시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 의원의 발의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8명, 국민의힘 의원 13명이 동참했다. 이는 전체 의원 34명 중 65%에 해당한다.

그동안 조례 개정을 반대해왔던 성남시도 조례 개정 필요성에 대해 일부 동의했다. 윤남엽 성남시 도시계획과장은 “20년 동안 도시는 변화해 많은 고민도 하고, 대안도 찾아보고 있다”며 “이번에는 발전된 방향으로 도시계획 조례 제22조를 주민들과 시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도시건설위원회는 성남시에 해당 안건에 대한 수정안을 2월 중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며, 협의 및 수정을 거쳐 오는 6월 제8대 시의회 임기가 끝나기 전 재논의를 거쳐 처리하기로 했다.

도시건설위원장인 박호근 시의원은 “난개발 규제를 모두 해체하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제22조 규제로 많은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성남=문민석·진명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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