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에서 파일럿으로 화려하게 변신…박상길 대한항공 부기장

대한항공 부기장 박상길씨
대한항공 부기장 박상길씨

축구선수에서 사업가로, 다시 파일럿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청년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대한항공 부기장인 박상길씨(35)다.

박상길 부기장의 청년시절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초등학교 5년 때는 유도선수로, 중학교 때는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유도선수 시절 경기도 대표선수로 선발될 만큼 실력이 뛰어났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유도를 그만뒀다. 운동을 좋아했던 박 부기장은 과천 문원중학교 축구부에 입단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그런데 당시 등 뒤에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준 이가 있었다. 바로 어머니였다. “응원할게, 네가 하고 싶은 것 해라”라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 것이다.

박 부기장은 고등학교 때 축구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 산동성 유소년 축구팀을 걸쳐 스페인 프로축구 2부리그 B팀에 합류했다. 1년 6개월 동안 스페인에서 축구선수 활약했지만, 박 부기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비자였다. 당시 비자 때문에 1부리그로 가지 못하고 귀국하는 선수가 많았다고 한다. 박 부기장도 스페인 프로선수 생활을 접고 국내 고등학교 축구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에게 또 다른 절망이 다가왔다. 바로 부상이었다. 근육 경직현상으로 더 이상 선수로서 활동이 어려웠다.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둔 박 부기장은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다가 피트니스 클럽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2년 정도 클럽을 운영한 박 기장은 또 다른 길을 찾았다. 이번에는 파일럿이다. 스튜어디스였던 부인의 권유로 시작한 조종사의 길은 운동선수보다 더 어려웠다. 이론과 실기를 병행해야 했고, 경쟁도 심했기 때문이다. 이때 박 부기장에게 응원을 보낸 준 사람은 아내였다. “할 수 있다”며 등 뒤에서 어깨를 두드려준 것이다. 한국항공대학 비행교육원을 수료한 박 부기장은 3년의 교관직을 마무리하고, 지난 2019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현재 부기장 업무를 맡고 있다. 축구선수에서 사업가로 다시 파일럿으로 제2의 인생을 활짝 연 것이다.

박 부기장는 “절망과 시련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며 파일럿으로 변신한 이후에도 미래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사업, 사회봉사 등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그리고 취업으로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 주고 싶다”고 전했다.

박 부기장은 “내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주변 사람의 응원과 격려였다”며 “취업으로 절망에 처해 있는 청년들에게 내 삶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과천=김형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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