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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법] 우리가 서 있는 곳과 가야 할 곳
오피니언 21세기 문법

[21세기 문법] 우리가 서 있는 곳과 가야 할 곳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돈의 이동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한 개 기업(애플, 약 2.9조 달러)의 가치가 200여개 국가 중 경제규모에서 5위인 영국(2020년 GDP 약 2.7조 달러)보다 크고, 암호화폐의 총 가치(2021년 11월 기준, 약 3조 달러)가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의 총통화량을 넘어서고, 메타버스 가상 부동산이 430만 달러(약 51억 원)에 거래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과 돈 등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뀔 때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했듯이, 산업사회 생태계에서 (디지털상에 모든 사람과 그들의 삶을 연결하는) 디지털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디지털 생태계의 세상은 산업문명과 다른 새로운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디지털 생태계로의 이행은 어렵다. 강 생태계와 사막 생태계에 살아가는 생명체가 다르고, 생명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자연환경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농업사회 생태계와 산업사회 생태계는 각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가치관 및 세계관이 다르고, 사회운영 원리가 다르고,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방식이 다르기에 문명과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생태계는 고정 형태가 아니라 계속 진화한다. 산업사회와 산업문명이 지난 수백 년간 진화해왔듯이 디지털 생태계는 이제 출발을 했을 뿐 계속 진화해갈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생태계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문명 전환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문명을 이해해야만 우리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에 적응·대응할 수 있다. 디지털 문명의 특성들은 디지털 생태계를 열고 있는 플랫폼 사업모델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플랫폼 사업모델은 디지털 상에 모든 것을 연결하여 가치를 ‘공동창조’한다. 따라서 ‘이익 공유’가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세상은 위계와 거리가 멀고 (남녀노소부터 성소수자 등까지) 어떠한 차별도 용납되지 않는 개방적 세계이다. 디지털상에서 연결을 통해 함께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소통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고, 능동성을 갖고 협력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플랫폼 사업모델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는 (물적 요소가 아닌) 양질의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함께) 사업화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상의 플랫폼 사업모델 특성들에서 보듯이 첫째, 디지털 생태계는 (상대를 이롭게 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타자리(利他自利) 가치관을 갖는 새로운 인간형을 요구한다. 플랫폼 사업모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유튜브 포함) 구글서비스나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 그리고 이들 모델에서 파생한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사업모델 등이 모두 이타자리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둘째, 현재의 플랫폼 사업모델은 주변 사업으로의 플랫폼 확장이나 (2차 스마트 모빌리티인) 미래차 플랫폼 구축 경쟁, 심지어 모든 것을 디지털상에 담겠다는 메타버스 만들기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앱스토어 모델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플랫폼에 연결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솔루션 만들기’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대학 졸업장을 더는 고용조건으로 요구하지 않듯이 산업사회의 교육방식이 솔루션 만들기에 필요한 사람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한민국 국민은 (디지털 생태계에 친화적인) 홍익문화의 DNA를 갖고 있다. 한국의 문화는 흔히 눈치문화로 불렸다. 눈치는 부정적인 비굴함과 상대에 대한 배려(공감성)라는 긍정성의 양면성을 갖는다. 그런데 한국의 역동적인 민주주의가 눈치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상당 정도 해소시켰다. 공감역량이 뒷받침된 자의식의 성장이 디지털기술과 더불어 ‘K-문화’를 폭발시키는 배경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K-문화를 활용해) 제조업 의존적인 경제에서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 및 산업체계의 다양화라는 산업재편, 지방소멸, 청년 일자리라는 서로 맞물린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20세기의 전통산업에 K-문화 콘텐츠 입히기, 지역사회경제의 (블록체인형) 플랫폼화, 지역 무형지식재산의 NFT 만들기 등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위해 청년을 중심으로 국민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디지털 생태계로의 전환을 위해 새로운 (경제)기본권의 도입이 우리가 가야 할 곳인 이유다. 이와 더불어 미국형 플랫폼 사업모델의 한계를 넘기 위해, 즉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함께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갖는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한 교육 대전환 또한 우리가 가야 할 곳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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