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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법] 교육혁명, 대한민국 대전환의 출발점
오피니언 21세기 문법

[21세기 문법] 교육혁명, 대한민국 대전환의 출발점

‘청년은 현시대를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얘기가 진부하게 들리는 사람은 시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사람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대의 시대에 사는 보통사람들은 소득이 5분의 1에 불과했던 30년 전보다, 지금의 5%에 불과했던 40년 전보다 지금이 더 여유가 없다는 얘기를 한다. 세대를 기준으로 보면 기성세대는 청년세대보다 불평할 자격이 없다. 현재의 사회를 만든 주체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선택할 자격이 없듯이 청년세대에게 현 사회는 선택할 수 없는 ‘상수’다. 21세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21세기에 태어난 청년의 고통은 기성세대가 만든 ‘20세기 문법’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데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 부모세대보다 더 많이 공부한 청년이 일자리 문제로 고통을 겪는 이유는 현 학교교육시스템이 일자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날 미국의 기업들은 직원 채용할 때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대학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미국에서 대학이 기업의 버림을 받는 현실이다. 경제이론(인적자원론)에 따르면 기업은 생산성을 기준으로 채용하고, 신입 사원의 생산성은 교육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솔직히 대부분 기성세대가 자녀를 어떻게 해서든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이유도 자녀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않은가.

기업이 대학 졸업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대학교육을 포함 학교교육시스템이 청년들이 관심 있는 기업들의 업무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세기 학교교육시스템으로 찾을 수 있는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능력(성적)에 따른 공정주의가 강화하는 배경이고, 많은 수능 만점자들이 신규 진출 숫자를 제한해 밥그릇을 지키는 의사나 변호사 등 20세기의 대표적 직업군에 종사하는 배경이다.

대학이 오늘날 기업들에 버림을 받는 이유는 산업사회의 산물인 학교교육시스템과 IT 및 인터넷 기술혁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업모델의 가치창출 방식 간 불일치 때문이다. 미국의 시대인 20세기 미국경제의 핵심산업인 제조업의 상징 기업인 GE의 주가는 2000년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가 지속하다가 2018년 6월에는 다우지수에서 퇴출됐다. GE의 쇠퇴 속에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이른바 플랫폼 사업모델(디지털 생태계)이 부상했다. 양자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일단 기업가치에서 20세기 기업들은 대체로 5천억달러를 넘기 어려웠다. 그런데 후자는 2조5천억달러까지 넘어섰다. 경제 규모(GDP)가 애플 등의 기업가치를 넘는 국가가 7개에 불과할 정도로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으로 오늘날 기업은 국민경제 단위를 넘어서게 됐다. 반면 기업가치가 1천200억달러에 불과한 폭스바겐의 직원이 30만7천명이 넘는 반면, 2조6천억달러의 애플 직원은 15만4천명에 불과하다. 기업가치와 고용 규모의 상관성이 깨진 것이다. (과거 도시화 과정에서 보았듯이) 기업가치가 높은 사업모델로 사람과 자본 등이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현재의 학교교육시스템이 새로운 사업모델의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플랫폼 사업모델이 수반한 인공지능(AI) 기술과의 공존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답’을 찾는 교육은 무의미하다. 플랫폼 사업모델의 가치창출은 데이터 활용 및 AI 기술의 지원으로 새로운 답을 찾아내는 역량을 요구한다. 즉 좋은 아이디어와 더불어 그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와 협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한다.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소통(communication), 협력(cooperation) 등 4C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자신이 수행할 직무에 흥미를 갖고 다른 사람과 협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을 기업이 채용 기준으로 삼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 현실은?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 같은 인간을 만드는 찍어내기 교육, 극단적인 경쟁으로 내모는 줄세우기 교육을 고집하는 기성세대는 아이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청년 문제는 당사자를 넘어 공동체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결혼과 출산에 소극적 혹은 부정적 사고로 이어지며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로 특히 기회가 적은 지방을 중심으로 지방소멸 문제와 동전의 앞뒷면을 이루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년을 시대 부적응자로 만드는 현재의 학교교육시스템은 기업에는 새로운 수익사업 창출 실패로, 그리고 국가 경제에는 산업생태계의 활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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