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안양 석수동 노후주택단지... 삭막함만 남은 유령도시

노후로 건물 기울고 벽면 곳곳 균열
200여세대 중 현재 50~70세대 이주
주민들 “안전 위협 등 이유 살기 불안”

“난방도 안 되는데 올겨울은 또 어떻게 나야 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22일 오후 2시40분께 안양 만안구 석수동 101-1번지 일원 한 연립주택 앞에서 폐지를 줍던 A씨(82)의 푸념이다.

이 마을은 지은 지 40년이 훌쩍 넘은 2~3층짜리 연립주택들로 말미암아 안양의 관문인데도 달동네를 연상케 한다. 주민들이 모두 떠난 태일연립 D동은 곧 쓰러질 것처럼 건물이 기울었다. 벽면 곳곳엔 금이 갔고 부식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벽체를 지탱하던 버팀목 기둥도 하중을 못 이기고 변형됐으며 보수 부위마저 다시 균열이 간 상태다.

건물 주위에는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좁은 골목길은 군데군데 홈이 파였고 돌담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다. 건물 사이사이에는 낡은 소파와 플라스틱 의자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고, 들개들과 고양이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101-1번지 일원이 노후화됐으나 종교단체 반대로 재개발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 주민이 기울어진 연립주택을 가리키고 있다. 노성우기자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101-1번지 일원이 노후화됐으나 종교단체 반대로 재개발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 주민이 기울어진 연립주택을 가리키고 있다. 노성우기자

최근까지 200여 세대가 살던 이 마을에는 현재 50~70세대가 이주했다.

주민들은 여름에 비가 오면 천장에 물이 새고 겨울에 수도관이 터지면 수리비가 수백만 원씩 들어간다고 호소했다.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추진 중이지만 인근 종교단체와의 갈등으로 수년간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구역 내 도로 등을 일부 갖고 있는 종교단체가 토지사용을 승낙하지 않고 무리한 대토 요구(알박기)를 하고 있어서다. 해당 종교단체는 재개발구역 1만7천500여㎡ 부지 중 2천300여㎡(약 13%)를 소유하고 있다.

재개발 추진을 위해선 종교단체 동의가 필수적이지만 해당 종교단체는 공영개발 추진 등을 이유로 조합설립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주민 B씨(61)는 “밤에는 길가는 사람이 없고 들개만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이곳에서 살기가 점점 불안해진다”고 토로했다.

시의회도 주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시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해당 종교단체 관계자는 “알박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알박기는 일부러 땅을 미리 사놓고 비싸게 파는 것인데 우리 소유의 땅의 유래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시 관계자는 “종교단체가 원하는 공영개발은 사실상 어렵다”며 “양측 입장을 중재, 지역조합을 통한 재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양=한상근ㆍ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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