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은 지루하고 고전적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전통과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예술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불구불한 선, 반복되는 문양,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오색, 탄탄한 이야기 전개. 우리나라 전통 요소 중 하나인 단청을 사용해 미디어 작품을 만들어낸 김진란(54)&바루흐 고틀립(56) 작가의 특징이다. 이들은 지난 24일 수원화성 일대에 개막한 수원문화재단의 <미디어아트쇼> 중 메인 프로그램인 ‘미디어파사드&라이트쇼’에서 ‘문(文)치’ 부분을 담당했다.
김진란&바루흐 고틀립 작가는 ‘문(文)치’에서 기록의 중요성과 함께 혜경궁 홍씨의 한복에 표현된 다양한 전통 문양과 정조사상을 담은 문체에 현대적 요소를 담아 미려하게 영상화했다. 김진란 작가는 “화서문은 역사를 보여주는 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혜경궁 홍씨가 남긴 기록으로 정조의 사상을 알게 됐고 여기에 이야기와 현대적인 요소를 더해 우리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이야기 곳곳에 ‘단청’의 요소를 담아냈다. 단청은 청·적·황·백·흑색의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사용해 목조 건축물에 여러 가지 무늬와 그림을 그려놓은 것으로 이들에게는 단청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과거 단청은 붓으로 그려졌다면 이들은 영상, 레이저, 음악 등으로 단청을 그려낸다. 바루흐 고틀립 작가는 “단청은 색을 칠하고 목조 건축물에 어우러진다”며 “연금술사가 다양한 원소를 더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듯 우리 역시 현대와 전통을 더해 다양한 것을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로 작품에 사용되는 단청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단청은 지난해 서울 숭례문에서 진행된 미디어 아트아트 프로젝트와 올해 3월 진행된 전남도립미술관 개관전에도 공개됐다. 이들은 전통한옥을 재해석한 공간 구성과 단청 문양 이미지, 국악 연주를 결합해 독특한 느낌을 연출했다.
김진란&바루흐 고틀립 작가는 새로운 소통을 통해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 캐나다 등에서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며 새로운 요소를 더해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간다. 김진란&바루흐 고틀립 작가는 “서로 전공한 것이 달라 작품 작업을 할 때 다른 시각으로 보게 돼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간다”라며 “당분간은 전통을 결합시킨 작품을 많이 선보일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 독특한 미디어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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