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송경용의 이심전심] 아프간을 위해 기도함
오피니언 송경용의 이심전심

[송경용의 이심전심] 아프간을 위해 기도함

전 세계가 아프간에 집중돼 있다. 누구에게도 보복하지 않겠다는 것과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 선언했다. 탈레반 정권은 지난 20년 동안 자신들이 이룩한 ‘진화와 진보’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변화된 방식에 따라 통치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약속이자 선언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탈레반의 선언은 정권 장악 초반에 민심을 얻고 국제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위한 지극히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판단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들리는 소식은 이러한 약속과는 다르다. 탈레반을 피해 난민을 택하거나 탈출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머물러 있는 사람들 역시 신변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부디 그들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대로 실천해주리라 믿고 싶다. 어떤 정치적 수사보다, 어떤 역사적 의미보다 아프간에 사는 여성, 어린이들의 생명과 인권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아프간에서 미국은 침략자였고, 부당한 외세였으며 미국이 세운 아프간 정부는 독립적으로 아프간을 통치할 수 있는 능력도 전망도, 의지도 없는 부패한 미국의 허수아비 정권이었다. 이는 탈레반이 카불 점령 전후에 보여준 대통령을 비롯한 아프간 정부 지도자들의 행태에서 보았듯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한 국가의 주권, 독립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시민의 생명에 대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주권과 독립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권을 담당한 정치세력, 권력자들의 종교적 신념, 정치철학, 나라의 주권과 독립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다. 캄보디아, 르완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저질러진 무고한 국민, 시민에 대한 대량학살도 정치적종교적민족적 신념을 내세우며 일어나지 않았던가.

아프간의 미래에 대해 특별히 여성과 아동의 안전을 우려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니라 인류가 마땅히 해야 할 정당행위다. 누구라도 어떤 국가라도 자신들의 특수성,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내세우며 인류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인 생명에 대해 억압적인 폭력을 행사한다면 마땅히 비난받고 고쳐나가도록 행동해야 한다. 다만 이런 행동이 또 다른 물리적 전쟁을 통해 행사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아프간이 평화의 길로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정권을 담당한 탈레반 세력을 책임 있는 실체로 존중하고, 가장 큰 문제인 아프간 국민의 빈곤 문제를 개선할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아프간 국민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에 접근하고 향유 할 수 있도록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ㆍ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탈레반 정부와 협의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적 차원의 공동 행동에 책임 있는 나라들부터 즉각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람이나 나라나 과거의 관계나 전력 때문에 밉다고 믿지 못하겠다고 왕따를 시키거나 무력으로 제압하려고 하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해결책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게 마련이다. 문제가 많을수록 긍정적인 조치와 행동을 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주고, 넘어졌을 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잡아줘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탈레반이 지난 시절 유적과 유물을 파괴하고, 세계 곳곳에서 무자비한 테러 활동을 저질렀으며 여성에 대해 반 문명적인 잔인한 정책을 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 탓에 극도의 불신과 공포가 존재하지만 다시는 그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아프간에 사는 수천만명의 사람들, 특별히 여성의 인권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대결, 배척, 혐오, 전쟁이 아니라 협력과 공존, 평화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수천년 동안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문명과 문명을 이어주는 교류와 번영, 평화의 가교였던 땅, 아프간이라는 나라가 다시는 열강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기를, 그 땅에 살아가는 누구도 특정한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제도에 의해서 배제되고 희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들 스스로 공언한 대로 탈레반이 특별히 여성의 안전, 인권, 사회적 활동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아프간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신뢰와 존중을 받는 정부가 되길 간절히 기대하고 기도한다.

송경용 성공회 신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