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방역 만전 ‘관심군’ 치료 집중, ‘마음건강 도움센터’ 사각지대 해소 앞장
전문가, 교육현장 직접 방문 고위험군 선발굴... 학생별 ‘맞춤형 원스톱 지원 시스템’ 눈길
정신건강 증진센터·인천자살예방센터 등, 유관기관 21곳 ‘위기학생’ 협력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친구들과의 교류가 적어지고, 외부 활동에도 제한을 받으면서 ‘코로나블루’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지역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천2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0.2%는 코로나19 이후 불안감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또 슬픔·우울감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27.9%에 달했다.
이처럼 학생들에 대한 심리방역이 차질을 빚으면서 인천시교육청은 학생의 정신건강을 관리할 심리방역 안전망 확충에 나선 상태다.
■관심군 학생 조치율 99%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천지역 521개 학교의 학생 10만2천964명 중 관심군 학생 수는 3천514명이다. 이 중 극단적 선택 위험이 있는 학생 수도 1천81명에 달한다. 이는 2019년에 비해 0.6%(5명) 증가한 수치다.
시교육청은 관심군 학생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친 뒤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 2차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지원 작업에 나선 셈이다. 이를 통해 관심군 학생 중 3천493명, 99.4%가 2차 기관에서 조치를 받았다. 극단적 선택이 있는 학생의 경우 1명을 제외한 99.91%가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학교 안팎 학생 심리 관리할 거점센터 구축
시교육청은 관심군 학생의 관리에 보다 전문적인 통합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 학생과 학부모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통합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섰다.
시교육청이 만드는 인천 마음건강 도움센터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의료지원하면서 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목표가 있다. 특히 의료취약계층과 정신건강 위기 학생을 촘촘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한 인천형 학생정신건강증진 모델을 구축한다.
거점센터는 시교육청 소속 장학관 1명과 전문직 파견교사 1명, 전문의 2명, 정신건강 전문요원 1명, 전문상담사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한다.
시교육청을 컨트롤타워로 두고, 위기학생지원위원회와 지역 협력 병원, 지역 유관기관인 인천자살예방센터(1곳), 청소년상담복지센터(10곳), 정신건강복지센터(9곳), 생명의전화(1곳) 등이 유기적으로 위기학생을 관리한다.
■찾아가는 심리방역…정신건강 전문가 학교 방문
시교육청은 정신건강 전문가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고위험군 학생을 선발굴하고 학생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원대상은 정신건강 고위기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직원도 포함한다.
정신건강 전문가의 학교방문은 학교의 신청을 받으면 심층평가 등을 통해 병원이 사례를 접수, 정신건강전문가를 파견한다. 2명 이상의 전담기관 정신건강 전문가팀은 정신건강 증진의 필요가 있는 학생을 면담해 전반적인 정신건강부터 우울, 자살 등에 초점을 맞춘 상담 및 심층검사를 한다. 학교 내에서의 상담을 거부하면 병원에서의 상담도 가능하며, 유선이나 온라인 상담도 진행한다.
교사를 대상으로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에 따른 상황별 지도 방법을 자문하고, 학부모에게도 효과적인 자녀의 양육방안과 함께 관련 교육도 한다.
이 같은 심리방역은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등록 후 1개월까지는 주1회 이상 사례관리를 하는 위기관리, 1~2개월차에는 2주에 1차례 이상 사례관리를 하는 집중관리, 2~6개월차에는 1개월 1회 이상 사례관리를 하는 유지관리, 6개월차에는 2개월에 1회 이상 사례관리를 하는 일시관리 단계를 거친다.
■Wee센터 내 전문의 배치…저소득층엔 치료비 지원
시교육청은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꺼리며 거부감을 갖는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학생안전통합시스템인 Wee센터에 전문의를 배치한다. 병원 위탁을 통해 전문의를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양질의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위센터에 배치한 전문의는 정신건강 위기학생을 발굴하고, 치유방법을 정해 상담한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도 진행하며, 고위기학생에 대해서는 병원과 연계해 치료를 받게 한다.
시교육청은 이와 함께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자살시도 및 고위험군 학생을 대상으로 치료비를 지원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 중 학교장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학생과 정신건강 관련 진료 및 치료가 필요한 취약계층 가정의 학생에게 1인단 150만원 한도에서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검사비는 1년에 25만원 이내로 지원하고, 고위험군 학생의 치료비는 주당 1회 5만원 이내로, 자살시도 학생의 치료비는 주 2회 10만원 이내로 지원한다. 다만,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학생 중 병원의 집중치료 및 신체 치료가 필요하면 심의위원회를 통해 500만원 한도에서 치료비를 지원한다.
■온 마을이 돕는 심리 건강…지역협력 네트워크 구축
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심리 건강을 위해 지역 단위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한다. 시교육청의 정신건강 증진센터를 중심으로 인천시의 인천자살에방센터, 지역유관기관인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인천생명의 전화, 새생명장기기증운동본부 등 21곳의 기관이 협력한다. 교육지원청 단위에서는 평생교육건강과 5곳과 Wee센터 10곳이 협력하며, 인천참사랑병원과 긴급위기학생 핫라인(Hot-Line) 병원 21곳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이와 함께 전 교직원이 위기 관련 징후를 포착하고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의무화했다. 또 인천형 안테나(안전한 테두리의 나) 게이트키퍼 강사를 양성하기도 한다. 올해 130명의 강사를 양성했고, 내년에는 50명의 강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범시민 생명존중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도 확대한다. 시민이 게이트키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생명존중 교육 기간 유관기관별로 캠페인을 하고, 전문가의 특강을 통해 시민의 역량을 끌어올린다. 생명존중 밤길걷기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위기 상황을 발굴하고, 홍보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 인식 개선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해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공급하고, 학부모를 위한 자녀의 정신건강 이해 및 위기대처 영상도 제작한 상태다.
도성훈 교육감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심리적 위기를 겪는 학생들이 없도록 촘촘한 심리방역 안전망을 구축하고, 심리 회복에 초점을 맞춘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외되는 학생 없이 어디서나 위기학생을 발굴해 삶의 힘이 자라는 우리 인천교육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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