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낳은 女배구 전설 김연경, 17년 태극마크 반납

화려한 명성과 활약 불구 올림픽 노메달 아쉬움…라바리니 감독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 깨달아”

8일 한국의 김연경이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서 0-3으로 패한 뒤 표승주와 포옹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이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경기도가 배출한 한국 여자배구의 ‘전설’ 김연경(33ㆍ상하이)이 8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서 세르비아에 완패한 뒤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피력했다. 만 17세이던 지난 2005년 국가대표 첫 발탁 이후 16년 만에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것이다. 16세 때 청소년대표를 포함하면 17년 만이다.

김연경은 안산서초와 원곡중을 거쳐 수원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에 입학한 뒤 배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시작했다. 고교시절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고교 최대어’로 주목을 받은 김연경은 2005-2006시즌 신인 드래프트서 천안 흥국생명(현 인천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고 입단해 여자배구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ㆍ정규리그 MVPㆍ파이널 MVP를 석권했다.

이후 무대를 세계로 넓혀 일본, 터키, 중국리그서 맹활약하면서 국가대표로서도 2012년 런던 올림픽 4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 견인 등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갓연경’ 애칭을 얻은 김연경은 지난해 1월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서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상태서도 코트에서 투혼을 발휘, 대한민국에 올림픽 출전 티켓을 안겼다. 이번 대회서도 팀이 치른 8경기에 모두 출전해 136득점을 올리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특히, 올림픽 여자배구 사상 최초로 4경기 30점 이상을 득점한 선수가 됐다.

그러나 2012년 런던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메달권 문앞에서 주저 앉았다. 여자배구는 지난 1976년 몬트리올 대회서 구기 종목 첫 메달을 획득한 종목이지만 지난 45년간 영광 재현을 허락하지 않았고, 김연경도 세 차례 도전을 펼쳤지만 야속한 운명과 세월 앞에 결국 막히고 말았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대표팀 감독은 “김연경은 그냥 주장이 아니라, 한국의 리더이며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모두를 똘똘 뭉치게 한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김연경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알게됐다. 배구계는 김연경이 보여준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평했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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