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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안양 호계금호아파트 입주민들, 변압기와의 '불안한 동거’
지역사회 현장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 안양 호계금호아파트 입주민들, 변압기와의 '불안한 동거’

안양시 호계동 금호아파트 입주민들이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대형 변압기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노성우기자)
안양시 호계동 금호아파트 입주민들이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대형 변압기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노성우기자

“아파트에서 불과 몇 미터도 안 되는 곳에 대형 변압기가 위태롭게 설치돼 있어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9시께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금호아파트(1개동 136세대ㆍ2001년 준공) 앞에서 만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63)는 이 아파트 3ㆍ4호 라인 뒤편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는 알파벳 ‘H’ 모양의 전신주 사이, 약 9m 높이 위에 걸려있는 대형 변압기(사진, H주 수전설비)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변압기를 둘러싼 철제펜스에는 ‘22900V 특별고압위험 접근금지’ 안내판이 붙어있고 고압선이 지나가 위험하다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이 변압기와 고압선은 지난 1998년 아파트 인근의 한 골프연습장이 들어서면서 설치된 것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창문 밖에 떡하니 서있는 변압기를 볼 때마다 불안감이 든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변압기 내 오일이 누수돼 설비가 터지는 사고도 벌어졌다.

A씨는 “최근 3~4년간 변압기와 가까운 라인에서 각종 암으로 돌아가신 50~60대 주민이 5~6명”이라며 “유방암 등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 분도 3~4명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암환자 발생이 변압기, 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새 늘어난 암환자와 변압기, 고압선 전자파와의 연관성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지상 변압기를 지중화(지하 매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양시의회 이채명 의원(더불어민주당, 호계ㆍ신촌동)은 “금호아파트 바로 옆에 위치한 지상 변압기로 인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변압기 지중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주민 민원이 지속되고 주거환경이 저해된다면 장기적으로 매립형이나 캐비넷형 변압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안양=한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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