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네 집 개와 고양이 이야기다. 그 집 개는 성격이 참 좋아서 사람도 잘 따르고 함께 사는 다른 종(種)과도 친하게 잘 지내 가끔 자기가 사냥한 새도 고양이에게 준다. 그러면 그 고양이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치우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그 개는 좋아하는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한껏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 이야기를 듣고 개와 고양이의 사진을 보면서 다른 종(種)인 인간은 어떤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느 언론매체에서 한 교수의 딸 사진을 성매매 기사에 일러스트로 실어 교수가 항의했던 일, 그리고 어느 화가의 박근혜씨를 소재로 한 풍자그림이 화제였던 적이 있었는데, 성적 수치심과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개의 의견이 마치 대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던 일이다. 두 가지의 사례를 보면서 정치적 입장은 다르지만, 두 개의 사례 모두 기존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시선으로 교수의 딸과 정치인을 대입시키고 비판의 방법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어떤 맥락에서는 비슷하게 보인다.
한국 역사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여성’ 운운했지만 정작 정부 정책에 ‘여성의 관점’, ‘젠더정책’은 없었다. 이런 정책비판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성별이기에 그를 희화화하며 비판하는 점에서 여성으로서 불편함을 느꼈다. 또한 기사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인물을 일러스트 삽화로 사용하게 된 것은 기사 내용이 ‘성매매로 유인해 지갑을 털었다’는 3인조 기사내용이어서 어딘가에서 3명의 사진을 사용해 일러스트로 만들고 기재했다는 것이다. 사진을 잘못 사용한 언론매체는 고의성은 없었다면서 사과했지만, 과연 그것으로 끝나는 일일까.
언론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자기반성과 무분별한 자료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언론인 내부의 약속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언론이 되는 것이다.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전달에는 기사의 전체내용, 사진이나 일러스트도 포함된 것이라고 본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기사화해 그것이 여론으로 형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1년 9월,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민주주의와 인권, 인격권, 장애인 인권, 성평등, 이주민과 외국인 인권, 노인 인권, 아동 인권, 성적소수자 인권 등 8개 분야별 요강으로 구성된 인권보도준칙을 마련했고 2014년에는 북한이탈주민 및 북한 주민 인권을 분야별 요강에 새롭게 추가했다.
기자의 역할이 단지 어떤 사실만을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꼬집고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여하겠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바람직한 원칙들을 견지하면서 기사를 작성하고 언론에 내보낸다면 시민들도 언론을 더욱 신뢰하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성희영 경기여성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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