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송경용의 이심전심] 자신을 비추는 거울
오피니언 송경용의 이심전심

[송경용의 이심전심] 자신을 비추는 거울

지금 형태의 유리 거울이 나타난 것은 12세기 유리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청동이나 금속 표면을 잘 닦아서 사용했는데 당연히 귀족이나 돈이 많은 사람이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 봤을 것이다. 물에 비춰지는 모습도 물의 표면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유리로 만들어진 거울 역시 어떤 물질을 바르는지, 오목 거울인지, 볼록 거울인지에 따라 대상의 모습이 달라지게 만든다. 놀이동산에서나 마술사들이 사용하는 요술 거울은 긴 다리를 짧게 만들고(물론 짧은 다리를 길게 만들기도 한다.), 얼굴을 넓게도, 길게도 하면서 재밌는 모습을 연출해주기도 한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 주기도 하지만 표면과 이면에 어떤 물질을 발랐는지에 따라, 어떤 형태의 거울이냐에 따라 사실이나 사물의 모습을 크게 변형·왜곡시키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서너 번은 바라보면서 자신을 비춰 보는 거울은 평면거울이다. 왜 바라보는 것일까? 어떻게 비춰지기를 원하는가? 자신을 비춰 주는 거울의 기능을 빗댄 말들도 많다. 그중에서도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눈에 비춰지는 모습대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은 아이들 눈에 나쁜 모습을 보여주지 말도록 노력하고 행동을 삼가라는 말이다.

거울을 보면서 우리는 외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은 쉬이 알 수 없는, 표정에 나타나 있는 내면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거울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외모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성찰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옷을 고쳐 입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자신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거울은 또한 사랑의 증표로 사용되기도 했다. 결혼은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돼주기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거울이 깨졌다는 의미의 ‘파경’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몽룡이 춘향과 헤어질 때 거울을 주면서 ‘내 마음이 명경 빛과 같으니 잘 간직하면서 내 생각이 날 때마다 나를 보는 듯이 꺼내서 보라’고 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내가 바라보는 거울은 어떤 거울인가. 표면은 깨끗한가, 이면에는 어떤 물질이 발라져 있는가. 오목 거울인가, 볼록 거울인가? 나는 내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그들은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의존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이웃을, 사물을,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비춰 주는 좋은 거울을 가진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거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축복이겠는가? 거울을 빗댄 말 중에 ‘명경지수’라는 공자의 말씀도 있다.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처럼 허망한 욕심과 삿된 생각이 없는 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특별한 재주가 없던 ‘황태’라는 제자에게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황태의 마음은 ‘그쳐있는 물처럼 조용하고 고요하기 때문에 그를 거울삼아 몰려드는 것이다. 그에게서 마음의 평안을 얻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친 물처럼 조용하고 고요함으로 마음에 평안을 주는 상태를 공자는 ‘명경지수(明鏡止水)’라고 했다.

세상에 평안을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고 분열을 일으키는 경우를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국민에게 맑은 거울이 돼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면에 자신의 욕심과 욕망의 이물질을 잔뜩 칠했거나 마음대로 이리저리 형태를 변형시킨 거울을 들고나와 사실과 진실을 왜곡시키며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모쪼록 정직하고 맑은 거울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내 삶이, 세상이 평안하기를 원한다면 자신을 먼저 비춰 보기를, 겉모습뿐만 아니라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내면의 모습까지도 비춰 보기를 바란다.

서로서로 맑고 밝게 비춰 주는 아름다운 거울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물살이 일어도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명경지수, 고요함과 평안함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거울 앞에 서보자.

송경용 성공회 신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