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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소리] 학생·군인 헌혈 ‘뚝’… 경기도 피가 마른다
경제 독자의 소리

[독자의소리] 학생·군인 헌혈 ‘뚝’… 경기도 피가 마른다

수술 앞둔 암환자… 혈액 없어 직접 헌혈자 구해 ‘설움’
혈액보유량 5일분 이상 적정이지만 최근 4일분도 못채워
청년층 인구 줄고 코로나發 단체헌혈 급감, 수급 ‘비상’

헌혈의집 수원시청역센터 황미정 간호사 “단체 헌혈을 많이 하던 학생과 군인 등 젊은이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어서 걱정이에요.”

1천380만 인구의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에 피가 부족하다. 갈수록 헌혈 인구가 감소하는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체 헌혈마저 급감하는 등 경기도 혈액 수급이 기로에 놓였다. 세계 헌혈자의 날(6월14일)을 맞아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혈액의 수급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여파와 청년층 인구감소 등으로 헌혈자가 크게 줄면서 13일 오후 기준 경기도 혈액보유량이 적정량인 ‘5일분’에 못 미치는 ‘3.5일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헌혈자가 없어 한산한 수원역 헌혈카페. 윤원규기자
코로나19 여파와 청년층 인구감소 등으로 헌혈자가 크게 줄면서 13일 오후 기준 경기도 혈액보유량이 적정량인 ‘5일분’에 못 미치는 ‘3.5일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헌혈자가 없어 한산한 수원역 헌혈카페. 윤원규기자

# “병원이 보유한 피가 부족하니 직접 피를 구해오세요”

육종암이라는 의사 소견에 눈앞이 캄캄했다. 종양의 크기는 무려 직경 20㎝. 하루빨리 수술을 받아야 이 악몽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 수술 일정은 보름 뒤에 잡혔다. 수술에 필요한 피(AB형)의 양은 두 팩, 600㎖ 수준이다. 하지만 병원에선 피 부족을 이유로 지정헌혈을 요구했다. 수술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암 충격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직접 피를 구해오라는 말에 서러웠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평소 활동하던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다. ‘피를 구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헌혈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피’ 말리는 나날이었다. 지난 3월 초 수원시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최미경씨(45·여·가명)의 이야기다.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헌혈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청년층의 인구감소로 경기도에 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3일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에 따르면 경기도의 혈액보유량(1일 소요량 488유닛)은 ‘5일분’ 이상이 적정량이지만 최근 들어 ‘4일분’도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13일 오후 2시 기준 경기도의 혈액 보유량은 ‘3.5일분’을 기록 중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국내 헌혈실적은 2014년 305만3천425건으로 처음 300만건을 돌파한 이후 이듬해 308만2천918건을 기록,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헌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고 2020년 261만1천401건까지 줄었다. 경기도에서도 2015년 21만8천748건으로 가장 높은 헌혈실적을 기록했지만, 5년째 20만건대를 유지하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헌혈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학생과 군 장병 등 청년층의 인구수가 감소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가교육통계센터가 발표한 ‘연도ㆍ학제ㆍ시도별 성별 취학률’ 자료를 보면 경기도내 고등학교 취학적령인구는 지난 2010년 50만1천209명에서 2015년 47만2천447명, 2020년 37만5천432명으로 10년새 25% 이상 감소했다.

또 국내 군 장병(육ㆍ해ㆍ공군)은 2010년 65만여명에서 2014년 63만여명, 2020년 55만5천여명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혈액의 주요 공급원 역할을 해온 도내 학생과 군 장병 수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비대면 수업,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의 여파로 단체헌혈이 크게 줄어든 것도 피 부족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혜경 헌혈의집 평촌센터 책임간호사는 “단체헌혈이나 개인헌혈에서 학생과 군인들의 방문이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혈액확보 수단에서 중요한 단체헌혈이 크게 줄어 도내 혈액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국민적인 헌혈 동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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