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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칼럼] 여론조사를 믿을 수 있을까?
오피니언 김성수 칼럼

[김성수 칼럼] 여론조사를 믿을 수 있을까?

보궐선거를 앞두고 언론기관들은 앞을 다투어 지지율을 게시한다.

여론조사와 체감온도는 과연 일치할까?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전 LA 시장 톰 브래들리와 공화당의 조지 딕메지안 후보자가 맞붙었다. 시장 재임 시 보여준 탁월한 능력으로 선거전부터 브래들리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다. 여론조사에서 86%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당선은 기정사실이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기 전 브래들리 당선을 확정하고 결과를 기다린 지역신문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절대 열세였던 딕메지안이 1.2%p 차로 브래들리를 눌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딕메지안 후보 측의 분석이 흥미롭다. 선거를 총괄했던 빌 로버츠는 백인 유권자들의 대답에서 원인을 찾았다. 백인 유권자들이 속으로 딕메지안을 지지했지만,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높은 지명도와 능력을 갖춘 흑인 후보자를 부정하는 것이 ‘인종차별자’로 보일 수 있어서 응답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이 선거 이후로 유권자들이 자기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행태를 의미하는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라는 정치 용어가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론 조사와 결과가 달랐던 선거 사례가 있었다. 2010년 지방 선거였다. 선거 전에 발생한 북한의 천안함 도발 등으로 선거는 당시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분위기였다. 여론조사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228개 기초단체장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91곳을 차지하였고, 한나라당은 83곳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특히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25개 구청장 가운데 21개를 차지했다. 안보 위기감이 높아지고, 46명 수병의 희생에 대한 북한 책임론을 질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칫 ‘친북주의자’로 더 나가 ‘빨갱이’로 낙인찍힐 두려움 때문에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숨기거나 회피했던 것이다.

2017년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다수 국민의지지 속에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이후 여러 의혹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 유지됐다. 악재에도 지지율이 유지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지부조화 때문이었다. 과거를 단죄하며 옹립한 정부에 대한 부정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 된다. 동시에 정부를 부정하는 것은 과거의 모순을 지지하는 적폐세력으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행동의 일치를 보이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에 믿고 있던 생각과 모순될 때 합리적이거나 상식적인 선택보다는 부조리하지만, 기존 생각에 부합하는 생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론조사에서 모호한 입장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반대를 수용하는 태도도 문제다. 반대 의사를 표현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좌표를 찍고 무차별에 가까운 공격이 이어진다. 극렬반대자가 아니고서는 입장표명이 어렵다.

정치인들은 여론조사에 너무 취해서는 안 된다. 비난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의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진심을 말하지 못하게 한다. 단순다수 대표제 선거제도는 단 한 표로 당락이 결정된다. ‘노인이 앉아서도 보는 것을 어린아이는 산꼭대기에서도 못 본다’라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성숙하며, 낮은 자세에서 국민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네거티브 선거보다는 정책대결 선거가 돼야 하는 이유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유럽 아프리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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