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존폐 위기] 1.인천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 제정 그리고 5년

페이퍼컴퍼니 서점까지 극성... 공공기관 입찰권 ‘무용지물’

인천의 지역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2015년 유네스코에서 ‘책의 수도’로 지정된 데 이어 2016년 지역상점 활성화를 위해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까지 만들었던 인천시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인천의 지역서점에게 제2의 중흥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인천의 지역서점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져가는 이유는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지역서점 속에 섞여있는 프랜차이즈형 서점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는 건 물론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 서점까지 등장한 상태다. 본보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지역서점을 다시금 부흥하게 하기 위해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천 지역서점의 폐업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폐업률이 6.6%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1.3%까지 늘어났다. 10곳 중 1곳은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수치는 인천의 지역서점 연합체인 인천서점협동조합의 회원사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올해 기준 조합의 회원사 수는 총 47개다. 2016년 63개인 것과 비교하는 16개가 재정난으로 폐업했다.

인천시는 이미 지역서점의 쇠퇴를 우려해 지난 2016년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까지 만들었다. 지역서점의 영업활동을 촉진하고 경영안전과 지역문화 공간으로서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게 그 목표다. 당초 조례는 이를 통해 균형있는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지역의 독서문화 향상에도 노력하겠다는 큰 뜻을 품었다.

그러나 시는 지역서점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인천시가 지역서점을 전수조사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해당 서점이 인천의 지역서점으로서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 인천의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업체 소재지가 있고, 간판이 달려 있다면 페이퍼 컴퍼니라도 지역서점으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지역서점 중에는 간판만 서점으로 걸어둔 채 책은 한쪽에 몰아두고 보관하거나, 일반 시민에게는 책을 팔지 않는다는 곳도 있다.

인천 지역서점은 인천시와 시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의 도서 입찰에서 우선권을 갖는다.

결국, 실제 지역서점이 아닌 페이퍼 컴퍼니 형태의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지역서점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입찰에 공모하고, 낙찰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곧 지역서점들의 설 곳을 더 좁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문인홍 인천서점협동조합 이사장은 “페이퍼컴퍼니가 지역서점들이 받아야할 혜택을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서점업은 자유업종이라 기준만 맞으면 지역서점으로 인정해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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