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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그림자, 소아당뇨] 친구들 알까 두려워…...몰래 주사 남모를 고통
경제 독자의 소리

[학교 안 그림자, 소아당뇨] 친구들 알까 두려워…...몰래 주사 남모를 고통

‘배 아프다’ 핑계 대고 홀로 주사
소문 날까 ‘불안’… 외로운 싸움
교내 의료인력 배치 등 지원 절실

어른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던 ‘당뇨병’이 소아청소년층에서도 늘고 있다. 소아당뇨 학생들은 또래에게 ‘당뇨 환자’라는 것이 알려질까 두려워 화장실과 보건실에 몰래 숨어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는 등 사회적 선입견과 제도적 열악함 속에서 외면받고 있다.그림자처럼 숨어 지내는 경기도내 소아당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현 실태와 지원책을 짚어본다.

소아당뇨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숨죽여 울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017년 소아당뇨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 내 투약 공간 확보 등 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학교는 소아당뇨 학생들에게 불편한 공간이다.

21일 만난 A양(13·부천)은 4년째 학교 친구들에게 감추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소아당뇨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A양은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빠져나올 때면 ‘머리가 어지럽다’거나 ‘배가 욱씬거린다’는 핑계를 대고 보건실로 향한다. 보건실 냉장고에 보관 중인 당뇨 주사를 이 시간에 맞지 않으면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칸막이가 쳐진 공간에서 A양은 정해진 유닛(unit·용량)의 인슐린 주사기를 쥐고 스스로를 찔러야만 한다.

의정부지역 한 고등학교에 입학 예정인 B군(17) 역시 소아당뇨 환자다. 중학교 2학년 때 소아 당뇨 진단을 받은 후 꾸준히 일정 시간마다 사탕과 약을 복용 중이다.

중학생 시절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는 B군은 “당시 학교에 ‘아픈 애’라는 소문이 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절대 주변에 안 들키도록 조심할 것”이라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는 날이 줄어 어떤 부분에선 안심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군포지역에 거주하는 C학생과 양평지역 중학교에 재학 중인 D학생도 소아당뇨로 수년째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학생은 자신은 물론 가족조차 소아당뇨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터라 학교에서 먼저 증상을 확인해 처방을 권했다. 이후 2년째 매일 아침·저녁때가 되면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챙기게 됐다. D학생도 여타 소아당뇨 환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D학생은 언제 어디서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몸에 항상 인슐린 펌프를 착용한 채 통학한다.

이처럼 소아당뇨 학생들이 남모를 고통을 겪으며, 학교 현장에서는 소아당뇨 학생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례로 학급 수에 따라 전문 의료인을 배치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남지역의 한 보건교사는 “일선 학교에는 소수지만 소아당뇨 학생들이 늘 존재한다. 그러나 지원책이 미비해 학교 차원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아픈 아이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학교별 협의체가 구성되는 방안, 학교에 의료 전문 보조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며, 더 늦기 전에 교육 공동체가 대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독자소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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