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부터 같은 포지션서 경쟁…감독 2년 차에 1부리그서 맞대결
지난해 처음으로 프로축구 사령탑을 맡은 ‘동갑내기’ 김도균 수원FC 감독과 김남일 성남FC 감독(44)이 축구인생 3라운드 대결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둘은 과거 청소년ㆍ올림픽 대표팀 시절을 비롯해 성인 무대서도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한 오랜 인연이 있다.
축구인생 1라운드인 청소년ㆍ올림픽 대표팀 시절에는 김도균 감독이 우위였다. 안동고 재학시절부터 ‘될성부른 선수’로 주목을 받은 전국구 유망주였다. 특히 연령대별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지며 2년 후배인 이동국, 김용대와 동갑인 박진섭, 고종수와 함께 한국축구를 10년간 이끌어 갈 선수라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반해 김남일은 인천 부평고와 한양대 시절 연령별 대표팀에 함께 소집됐지만 김도균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며 둘의 관계는 역전됐다. 김도균과 김남일은 각각 울산과 전남에 입단해 팀의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히딩크 감독은 김남일의 신체 능력과 적극성을 더 높게 평가다. 김남일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월드컵호에 승선, ‘진공 청소기’라는 별명과 함께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자리했다.
반면 김도균은 일본 교토 퍼플 상가로 진출한 뒤 성남, 전남 등을 거치며 무릎 부상 끝에 2006년 스물아홉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그 사이 김남일은 2016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세 차례 월드컵 출전, 국가대표팀 경기 98회 출장 등 기록하며 역대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둘은 이제 축구인생 3라운드에서 ‘감독’으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은퇴 후 2007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도균은 울산의 유스총괄부장을 맡아 전술과 훈련법 외에도 육성법을 고루 공부하며 내실을 다졌다. 그리고 지난해 K리그2(2부리그) 수원FC 감독으로 부임해 팀의 5년만의 1부리그 승격을 일궈내 주가를 높였다.
김남일 역시 지난해 성남 지휘봉을 잡고 첫 감독 생활을 시작했지만 ‘용두사미’ 결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승격팀과 잔류팀 수장으로 다시 만네게 된 두 감독은 올해 그라운드 위에서 지략대결을 펼친다. 김도균이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해 전방 압박과 빠른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반면, 김남일은 3-5-2 전술을 기반으로 수비 축구를 한다.
다만 수원FC는 팀 재편에 따른 조직력 문제와 1부리그에서의 경쟁력 입증이, 성남은 지난해 ‘무뎌진 창끝’ 오명을 들은 공격력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20년전 유망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경쟁이 감독으로 변신한 3라운드에서 누가 웃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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